[시시비비]10년 후를 보고 미운 오리 새끼를 키운 기업들

백강녕 2023. 10. 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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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VS사업본부는 요즘 LG전자 나아가 한국 전체에서 제일 장래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조직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 전자부품을 만드는 사업본부 수주잔고가 2020년 55조원에서 2021년 60조원, 2022년 80조원으로 치솟았다.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이 회사는 3분기 분기 사상최대인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삼성은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사업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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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업 쏟아낸 비전 2020, 결실 나오기 시작
천덕꾸러기 사업들 눈부신 성과
사라진 비전 2030, 비전 안보여

LG전자 VS사업본부는 요즘 LG전자 나아가 한국 전체에서 제일 장래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조직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 전자부품을 만드는 사업본부 수주잔고가 2020년 55조원에서 2021년 60조원, 2022년 80조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말에는 100조원을 바라본다. 일감 즉 돈이 덤빈다. LG가 자동차 부품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삼아 달린다고 발표하고 본부를 만든 것이 10년 전인 2013년. 시작은 창대했다. 하지만 성적은 처참했다. 공시한 누적적자만 1조6000억원이 넘는다.

VS사업본부는 회사실적을 갉아먹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단순히 실적만 봤다면 흔적도 남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 부품사업은 전자회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다. 오래 함께 일한 TV나 냉장고, 에어컨 사업부는 한가족이나 마찬가지다. 자동차 부품사업은 입양해 왔는데 밥벌이도 못 해 갹출해 먹여살려야 하는 군식구다. 마음고생이 끝난 건 작년 실적 발표후다. 1696억원 영업이익을 내고 전에 꿈도 꾸지 못했던 성과급도 받았다. LG전자는 최근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3%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VS 사업 호조를 꼽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최근 눈부신 실적을 내는 사업 혹은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까지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이 회사는 3분기 분기 사상최대인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원래 LG엔솔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담당조직이었다. 또 VS사업본부처럼 회사 내 이질적인 존재였다. 장기간 대규모 적자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은 것도 비슷하다. 당시 LG화학 대표가 오너를 찾아가 사업을 접자고 누차 건의했을 정도다. 이렇게 소속 기업집단에서 이질적인 존재, 돈먹는 하마로 눈총을 받다가 요즘 빛나기 시작한 기업 상당수가 2010년대초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무렵 한국 대기업들은 일제히 새로운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건 삼성이다.

2010년 삼성은 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사업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신수종사업이다. 삼성은 곧 실제 행동에 나섰다. 예를 들어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다른 기업들도 2020년까지 새로운 핵심 사업을 만들겠다는 ‘비전 2020’을 쏟아냈다. 당시 기업들의 발표를 지켜보면서 성공여부가 불확실한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지 않을까 불안했다. 실제로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 시작한 배터리, 자동차 전자장비, 바이오 사업은 지금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자랑이다.

그래서 요즘 다시 불안하다. 10년후를 준비한다며 ‘비전 2030’을 내놓은 기업이 확 줄었다. 있어도 새 사업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사업을 잘하겠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비전 2030’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해 세계 1위에 오른다는 것이다. 삼성은 1위가 아닐 뿐 이미 그 분야 강자다.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려면 하지 못했던 혹은 하지 않았던 일에 도전해야 한다. 힘들고 위험한 길을 걸을 채비를 하고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해 나서는 기업이 없으면 한국의 미래도 없다.

백강녕 산업IT부장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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