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하태경이 쏘아올린 작은 공

이지은 2023. 10. 12. 13:2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산 '해운대 터줏대감'으로 3선을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뒤로 하고 국민의힘에는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비윤으로 분류되는 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친윤 인사에게 밀려 해운대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자, 아예 험지인 서울 출마로 시선을 돌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구체적인 사정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 의원과 비슷한 맥락에서 하 의원 험지 출마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 당의 혁신 의지를 보여준 사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우리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산 ‘해운대 터줏대감’으로 3선을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를 뒤로 하고 국민의힘에는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 해운대에 출마하면 당선이 사실상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하 의원이 기득권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국민의힘은 ‘혁신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추켜세우고, 민주당 내에서는 ‘우리도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그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순수하게 자발적인 것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도 적지 않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비윤(非尹)의 비애다. 친윤(親尹)이었으면 해운대에 그냥 눌러앉았을 것"이라고 했다.

비윤으로 분류되는 하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친윤 인사에게 밀려 해운대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자, 아예 험지인 서울 출마로 시선을 돌렸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험지 출마’에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는 건 야당 인사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원로인 홍준표 대구광역시장도 자체 커뮤니티인 ‘청년의꿈’에서 지지자 질문을 받고 "(하 의원은) 제 살길 찾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사정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 의원과 비슷한 맥락에서 하 의원 험지 출마를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 의원 출마가 설사 ‘순수하지 않은’ 의도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그의 험지 출마를 평가할 이유는 존재한다. 그의 발표 이후 확연히 달라진 양당의 분위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하 의원 험지 출마가 제2, 제3의 ‘험지 출마’ 선언을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비윤계인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친윤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험지 출마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여당의 정치적 텃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영남 중진들에게는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친명(親明)계를 향한 험지 출마론이 분출되고 있다.

비명(非明)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친명 다선 의원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험지 출마 및 불출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당내에서 비명계에 대한 험지 출마 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응해 나온 목소리다.

중진 정치인들이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텃밭을 떠나 자기 지역구와 무관한 곳으로 움직이는 ‘험지 출마’가 반드시 성과를 낸 것은 아니다. 또, 반드시 혁신과 연관된다고도 볼 수 없다.

하지만 험지 출마는 ‘지역주의’를 토대로 한 국내 정치 구도의 병폐를 타파한다는 강력한 명분을 가진 행위다. 하 의원의 정치적 의도가 어떤 것이었든, 그 뒤에 어떤 배경이 도사리고 있건 간에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불어온 ‘험지 열풍’은 양당의 정치적 혁신에 대한 긍정적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하 의원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내년 총선에서 크든 작든 우리 정치의 혁신을 이뤄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지은 이슈1팀 차장 leez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