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전선’ 맞닥뜨린 미국…“우크라·이스라엘 둘다 지원 가능”
미국이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ㆍ하마스 전쟁까지 ‘두 개의 전선’에 맞닥뜨리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흔들림없는 지원’을 강조하고 나섰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국방장관 회의 첫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양쪽 모두에 대한 지원 역량과 관련해 전적으로 가능하다. 우리는 둘 다 지원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전으로 흐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의 피로감이 높아지는 와중에 중동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미국의 군사적ㆍ재정적 지원이 이스라엘에 집중되고 우크라이나 지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도 발표했다. AIM-9M 미사일, 무인항공기(드론) 대응 시스템 장비,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용 탄약, 155㎜ㆍ105㎜ 포탄, 대전차 무기 등 총 2억 달러(약 2680억 원) 규모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 침략에 맞서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원하겠다는 미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브뤼셀에 모인 나토 31개국 국방장관들도 하마스 기습 공격에 맞선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 의사를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나토 회원국들은 동시에 발생한 다양한 어려움에 대처할 역량과 힘이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 나토 본부를 전격 방문해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다가오는 겨울이 최대 고비”라며 “(서방) 지도자들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기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토 심장부인 브뤼셀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절실한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가 이스라엘에 연대를 표하는 의미에서 이스라엘 방문을 계획 중이라는 보도(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나왔다.
미 정부, 우크라ㆍ이스라엘 지원 패키지 추진
미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돕기 위한 추가 재원 마련을 놓고 의회와 적극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의회가 추가 재정을 제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및 이스라엘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과 관련해 의회 의원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회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이스라엘 국민에게 미국이 계속해서 지지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ㆍ공화 양당에 초당적 유대감이 있는 이스라엘 지원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묶어 패키지로 의회 승인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커비 조정관은 “단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모두에 대한 지원 예산과 권한이 있지만 장기적 지원은 (의회 승인 없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 지원은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미 의회가 통과시킨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에는 바이든 정부가 요청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은 반영되지 못한 상태다. 정부 재정지출의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공화당의 일부 강경파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미 조야에서 별 이견이 없는 이스라엘 지원과 우크라이나 지원을 묶어 의회 승인을 받아내겠다는 복안이다.
커비 조정관은 케빈 매카시 전 의장 해임 이후 공석 상태인 하원의장의 조속한 선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커비 조정관은 “하원의장이 빨리 선출될수록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더 편안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스컬리스 의장 후보 뽑고도 계속 내홍
하지만 여전히 당내 혼란을 추스르는 데 실패하면서 내홍이 이어졌다. 당초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어 하원의장 선출 투표까지 이어갈 예정이었지만 예정된 시간을 채 두 시간도 안 남기고 일정을 연기했다. 이는 스컬리스 원내대표가 조던 법사위원장의 지지표까지 모두 끌어모으는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WP가 짚었다. 조던 위원장은 아직 스컬리스에 대한 공식 지지 성명을 내지 않았고, 프리덤 코커스 일원인 칩 로이나 마조리 테일러 그린, 맥스 밀러 등 당내 강경 극우 성향의 하원의원들은 공공연히 본회의장에서 스컬리스를 찍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단일대오를 유지한다면 자당 출신 하원의장 선출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을 상대로 더욱 강경한 노선을 원하는 일부 비타협적 강경파가 당 전체를 쥐고 흔드는 역학구도 때문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 1월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뽑혔을 때에도 극우 보수 성향의 프리덤 코커스가 발목을 잡아 15차 투표까지 가는 진통 끝에 어렵사리 선출된 적이 있다. NYT는 “이 같은 상황은 매카시 전 의장이 그랬던 것처럼 공화당 출신 차기 하원의장이 다시 직면하게 될 엄청난 도전을 웅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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