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뜻 펼치게"... '훈민정음 서문' 노래로 만든 이들

김슬옹 2023. 10. 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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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래로 우리말을 가꿔나가는 작가 강순예, 감독 전영준

[김슬옹 기자]

 “훈민정음 서문가” 악보(작곡: 전영준, 원작: 세종, 가사: 강순예
ⓒ 전영준
  
한글 운동가이자 한글학자인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학술제가 한글날을 앞두고 지난 7일 울산 외솔기념관에서 열렸다. 일반 학술행사와는 달리 식전 공연으로 훈민정음 서문가가 울려 퍼졌다.

훈민정음 서문가는 2021년 케이비에스 창원 한글날 특집 방송 <나랏말싸미>를 이어, 올해는 세종시에서 열리는 한글날 공식 행사 주제 공연 무대에서 하모나이즈가 멋진 합창으로 울려 퍼졌다. 훈민정음 서문가 원작자인 '해사한'의 동시 작가 강순예, 음악감독 전영준을 울산 외솔 학술대회에서 만나봤다. 

다음은 그들과 한 인터뷰를 1문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글자로 평등한 세상 꿈꿨던 세종, 우리만 알기엔 너무 아까웠다"
   
 울산 외솔 학술대회 축가를 부른 해사한’(동시 작가 강순예, 음악감독 전영준) @김슬옹
ⓒ 김슬옹
 
- 훈민정음 머리말(서문)을 노래로 만든 까닭은 무엇인가요? 

강순예: "훈민정음 머리말에는 백성을 향한 세종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누구나 쉽게 배워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들어 백성의 눈을 밝히고자 했던 세종. 그 글자로 평등한 세상을 꿈꿨던 왕 중의 왕 세종. 세상 어디에 그런 왕이 있을까요. 우리만 알기에는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전영준 대표와 훈민정음 머리말을 노래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전영준: "세상에서 가장 외우기 쉽고 한 번 외워지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 게 노래지요. 애국가처럼, 어릴 때 외던 구구단처럼 노래로 세종대왕의 마음을 느끼고 싶었어요. 나아가 한글을 누리고 있는 우리에겐 자부심을, 세계인에게는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 글자인지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훈민정음 서문가 작은 제목을 '세종대왕께 바침'으로 했지요." 

- 훈민정음 서문가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전영준: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그 시대 궁중음악과 현실과의 접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음악가이기도 하신 세종께서 만족하실 수 있도록, 진정성을 담은 정가 느낌으로 그러면서도 누구나 쉽게 부르고 즐길 수 있는 가요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강순예: "노랫말로 다듬을 때 신경이 많이 쓰였죠. 1절은 세종 말씀대로, 2절은 오늘날에 맞춰 다듬고, 1절 원문과 잘 어울리게 운율을 맞추되, 그 뜻에 맞는 입말을 살렸어요. 보기 하나를 들자면, '사맛디 아니할쌔'를 '통하지 아니하니'로  발음하기 부드럽고 따라 하기 쉽게 다듬었습니다." 

"우리말 살린 노래, 세상을 밝히는 힘 되길"

- 노래로 우리말을 가꾸는 일에 특히 '해사한' 강순예, 전영준 두 분을 손꼽는데요, 우리말 노래를 만들기로 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강순예: "저는 성교육, 요리, 환경, 법률, 철학, 국어 어휘력 등 어린 학습만화 만화 30여 권을 냈습니다. 오동춘 박사님(짚신문학회 회장)을 통해 한글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문득 들었던 '발밤발밤'이라는 우리말에 홀딱 반했는데요. 세상에 그런 기분이 있을까요?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그때부터 보석 같은 우리말들을 시로 써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사람들이 몰라서 안 쓰고 안 쓰니 더 모르고, 마치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우리말들, 그 가운데 살려 쓰면 좋을 아름다운 우리말을 생각이 날 때마다 찾고, 느낌이 날 때마다 시에 녹였죠. 

첫 우리말 동시는 '발밤발밤 엄마 마중', 으뜸으로 인기 있는 동시는 '야, 겨울 온다!'입니다. 국립국어원과 남북겨레말큰사전에 동시인 처음으로 우리말 동시를 연재했고요, 우리말 동시집 <달 타는 날>을 내고, 전영준 선생님과 우리말 노래로 만들었지요."

전영준: "저는 20대 초 '푸른 하늘'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12년간 기타와 베이스 기타를 가르쳤습니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무대 활동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이 했습니다, 속된 말로 잘 나가던 시절이었지요. 어느 정도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음악의 색깔과 추구하는 방향을 찾는데요, 저는 그러던 중 우리말 동시 강순예 작가와 만나면서 새로운 음악의 길로 들어선 거죠. 

강 작가는 사라져 가고 몰라서 못 쓰는 토박이 우리말을 찾아내고 살려 쓰는 시인이죠. 제가 보기에는 '강 작가는 한국 문학계의 나이팅게일'이라고 할까요. 둘이 한글, 세종사랑 노래, 그리고 우리말을 살린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지요. 노래를 만들 때마다 기쁨이 남다르죠. 제게 아이가 없지만, 마치 새 생명이 태어난 감동이 이런 거 아닐까요. 이 아이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 우리말을 널리널리 알리고, 세상을 밝히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 그동안 두 분이 만들고 발표한 노래는 어떤 게 있는지, 또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 주세요. 

전영준: "우리 문화를 담은 노래 '꽃보라 연가','참 좋은 날', 제주문화 알림 노래 '머들송', '제주 밭담 이야기', 세종, 한글을 담은 노래 '훈민정음 서문가', '월인천강지곡', '용비어천가', '한말글 사랑하기로', '범 나가신다', '한글이 좋아', '우리말 날씨 노래 비바람 구름 눈' 등 30여 곡이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노래로, 어린이에서 어르신까지, 나아가 다문화 가족들과 즐겁게 공부하며 놀기도 한답니다. 이들에게 우리말로 세종 마음을 느끼고, 한글 자긍심 키우는 일을 하고 있어요. 특히 지난해는 미국 한국학교협의회(낙스)와 워싱턴한국학교협의회(웍스) 초대로 학교장, 교사들을 위한 특별강의(노래로 만나는 우리 말글 우리 문화)를 했습니다. 

강의는 노래를 만든 원작자인 두 사람이 주로 하고 있고, 한글 행사 공연은 규모에 따라 국악인(정가 조일하, 대금 송경호, 민요가수 박지혜), 얼른쇠(마술사 이훈), 가수(권주일), 어린이합창단과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훈민정음 서문가를 부르는 뉴저지한국학교 어린이합창단(단장: 황현주, 지도교사: 강혜영, 반주: 한송이, 원작: 해사한) @유튜브 화면 갈무리
ⓒ 김슬옹
 
한편, '해사한'이라는 별칭은 목소리나 표정 따위가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2017년~2018년 "시민과 함께하는 세종대왕 납시오!"를 시작으로, 이들은 세종음악회, 학술제 등 시와 노래로 한글날 크고 작은 행사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평등사회를 꿈꾼 세종의 애민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2019년 "지구 한 바퀴 <훈민정음 서문가> 이어 부르기"를 기획·진행했다. 국내 최초 훈민정음 서문을 세계에 노래로 알린 이 운동은 전 세계 재외동포 한글(한국) 학교와 교민사회, 나아가 현지인 등 3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뜨거운 가슴으로 지구 육 대륙을 돌았다고. 

577돌 한글날 기념 울산에서 펼쳐진 외술 학술대회에서 '해사한'은 외솔 최현배 선생의 '한글날 노래'와 이들이 만든 '훈민정음 서문가', '우리말 날씨 노래 비바람 구름 눈'과 '한말글 사랑하기로'를 축가로 불렀다. 

'해사한'은 노래로 우리말을 잘 가꾸는 일을 사명처럼 해 나갈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아마 돌아가신 세종도 이들을 보시고 흐뭇하게 웃고 계실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이야기. 우리말 노래로 세종 정신과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빛내는 이들의 발걸음이 매우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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