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회피 채무자 '형사처벌→과태료'…형벌규정 46개 개선(종합)
옥외광고물 과태료 500만원
경미한 위반 전과자 양산 차단
법원의 소환을 회피할 목적으로 도주한 채무자에 부과되는 형사처벌(징역 또는 벌금)이 과태료 처분으로 전환된다. 또 사회복지사의 보수교육 의무를 미이행할 경우 기존 벌금형 대신 과태료를 부과한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 형벌 규제 전담반(TF) 제3차 회의'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 형벌규정 3차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합동으로 구성한 범부처 경제 형벌규정 개선 전담반은 불합리한 경제 형벌로 인한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기존 서류 작성이나 신고 등 경제 활동과 관련한 경미한 의무 위반에 대한 지나친 형벌을 억제해 전과자 양산 등 부작용을 개선하고, 동일·유사한 위반행위의 벌칙 불균형을 해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범부처 경제 형벌 규제 전담반은 이번 3차 과제로 10개 부처, 22개 법률, 46개 형벌규정에 대한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개선 유형별로 보면 생활밀착형 규정 14개, 행정적 의무 위반 15개, 사문화된 규정 10개, 법률 단위 검토 규정 7개 등이다. 국민신문고 데이터베이스(DB) 분석을 통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등 직접 민원 중 불편이 가장 큰 '생활밀착형 규정'을 집중적으로 발굴했다. 또 법무부의 대검찰청 DB를 분석해 최근 5년간 입건사례가 없는 사문화된 규정도 추가 발굴해 개선했다.
구체적인 생활밀착형 규정으로는 도시지역 등에 미신고한 옥외 광고물을 표시한 자의 경우 기존 '벌금 500만원 부과'에서 '과태료 500만원 부과'로 변경하기로 했다. 광고물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중요한 영업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안전성과 경관 등에 심각한 침해를 초래하지 않는 광고물에 대해 행정제재로 규율하기로 했다.
사업장폐기물 처리 현장 정보를 입력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입력한 경우에는 기존 징역 2년 이하, 벌금 2000만원 이하의 형벌로 다뤘지만, 앞으로 단순 부실 입력에 한해 과태료 100만원 이하로 전환한다. 다만 고의나 거짓으로 기록한 경우 형벌 부과를 그대로 유지한다. 또 제한상영가 영화를 관람할 수 없는 청소년을 입장시키거나, 출입 제한 시간에 비디오물 소극장업에 입장시킨 자에 대해 현행 징역 2~3년, 2000~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대해 형량을 징역 1~2년, 벌금 1000~2000만원으로 조정한다. 이는 유사한 청소년보호법과 비교할 때 일부 형량이 과도하다는 점을 반영했다.
교통안전법, 뉴스통신법 등 사문화된 규정도 개선한다. 최근 5년간 입건 사례가 없고, 제·개정 5년 이상 경과한 규정을 선별했다.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영업정지 기간에 교통안전진단 업무를 수행한 교통안전진단 기관에 대해 기존 징역 2년 이하, 벌금 2000만원 이하에서 과태료 2000만원 부과로 개선한다. 동일한 행위에 대해 행정제재와 형벌을 병과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뉴스 통신사업자의 대표이사 또는 편집인이 될 수 없는 사람으로서 대표이사 또는 편집인으로 취임한 사람에 대해선 기존 벌금 1000만원에서 과태료 2000만원으로 변경한다. 뉴스통신법 제9조 1항 각호에 정한 뉴스통신사업자의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자는 법 해석상 해당 취임은 무효로, 이미 무효인 사안을 형벌로 규율하는 건 실효성에 의미가 없고, 법익도 중대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법률 단위 검토 개선 사항으로는 채무자회생법이 포함됐다. 구인의 집행을 회피할 목적으로 투자한 자에 대해 기존 '징역 1년 이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바꾸기로 했다. 전담반은 "구인불응 자체로는 채권자 등 다른 이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행정 편의성을 위한 것으로 형벌의 최후보충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인불응 자체는 절차의 원활한 집행을 위해 면책 불가 사유는 그대로 유지한다.
이번 전담반에서 마련한 경제 형벌규정 3차 개선안은 법제처를 중심으로 이달 중 일괄개정 절차를 추진해 국회에 제출하고, 이전에 제출된 1차·2차 과제들도 국회 심의를 거쳐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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