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필리피노' 카야FC의 인천 원정이 특별했던 이유
[류호진 기자]
▲ 송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카야FC 선수들(왼쪽부터 에릭, 잔잔, 나노, 오디, 피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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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은 인천유나이티드에게 매우 역사적인 날이었다. 바로 홈구장에서 열린 구단의 첫 AFC 챔피언스 리그(이하 ACL) 조별리그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것이다. 이 날 인천의 상대는 필리핀 1부리그의 챔피언 카야FC였다.
사실 이들에게도 매우 특별한 사연이 있다. 내년부터 새롭게 개편될 예정인 ACL의 규정으로 필리핀 구단은 대회 진출권이 사실상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들은 ACL의 차상위 리그인 AFC컵(ACL 엘리트 리그로 명칭 변경 예정) 진출권을 부여받게 된다.
다음은 지난 4일, 인천 송도의 한 호텔에서 카야FC 일부 선수들과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쉽지 않은 경기였어요. 먼저 경기 총평을 부탁드립니다.
피치: "한국 축구의 수준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역시나 어려운 경기였습니다.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평소보다 더 열심히 뛰어야함을 다시금 느낀 것 같아요. 특히 인천의 27번 김보섭 선수의 속도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자주 경합했던 강윤구 선수도 뛰어난 선수였어요."
잔잔: "ACL은 우리 선수들에게 가장 높은 무대입니다. 역시 쉽지 않았어요. 인천의 모든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었지만 특히 센터백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해요."
- 한국에서의 ACL 조별 경기는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에릭: "저는 2009년에 한국을 방문했었어요. 그땐 제가 경험한 한국 축구의 높은 수준과 열정적인 팬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어린 시절 한국인 코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뛰는 것이 저의 꿈이었고, 이렇게나마 한국 팀과 겨뤄볼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곳에서 뛰어보고 싶어요."
▲ 오랜만에 재회한 카야FC 선수들과 한국인 강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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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사실 우리 팀의 많은 선수들이 한국인 코치님께 큰 영향을 받았어요. 나노가 언급했던 강코치님과는 정말 많은 추억이 있었죠. 강코치님께선 제게 한국 선수들이 어떤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지 설명해주셨어요. 그리고 제가 경기에 나가지 못했을 때 정말 큰 동기부여를 주셨어요. 지금 프로 무대에서 뛰면서 그때의 경험이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오디: "제 생각엔 팀원 모두가 처음 ACL에서 뛰었던 기억을 되살리고 싶다는 마음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아시아 프로 팀 선수라면 누구나 최상위 무대인 ACL에서 뛰고 싶은 것은 당연한 목표이죠. 우리 팀에 대한 소개를 잠깐 드리자면, 1번의 리그 우승과 UFL컵 우승 그리고 2번의 코파 알칸타라 컵 우승 경험이 있는 팀입니다. '카야'라는 단어는 지명이 아니라 '형제애'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우리 팀의 연고지는 일로일로입니다."
▲ 팀의 주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피치 아르볼레다. |
ⓒ 카야FC 제공 |
- 국내 팬들에게는 필리핀 축구가 다소 생소해요. 소개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잔잔:
"필리핀 국가대표 팀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혹은 했던)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요. 조금 흥미로운 것은, 필리핀에는 혼혈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해외에서 활동했다고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만큼 혼혈 선수가 많죠. 한국을 축구의 나라라고 한다면, 필리핀은 아직 그렇게 불릴 수 없을 거예요. 한국에는 축구를 위한 다양한 시설과 열정적인 팬이 있어요. 그것에 비해서 필리핀에는 아직 축구를 위해 보완되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피치: "감독님께서 시즌 첫 경기 전에 제게 주장직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어요. 제가 새로운 시즌에 주장으로 뛸 것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가끔은 주장으로서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리고 아직도 이 부담감을 어떻게 컨트롤 할 수 있는지 배워가는 과정에 있어요. 하지만 우리 팀은 팀원들 간의 신뢰가 정말 뛰어나요. 그렇기에 저는 팀원들에게 배워간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매순간을 감사하며 즐기면서 뛰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장으로서의 압박감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 같아요."
▲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나노(아르넬 아미타). |
ⓒ 카야FC 제공 |
- 나노 선수는 매우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지금은 국가대표로 활동할 만큼 자국 최고의 선수가 되셨는데, 어떤 유년 시절을 보내셨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나노:
"제 유년기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눈물을 흘리실지도 몰라요(웃음). 저는 어렸을 적 매우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저와 부모님을 포함한 13명의 가족은 먹을 것이 없어 힘든 시기를 보내야했죠. 아버지는 막노동을 하셨고 어머님은 가정부로 일하셨어요.
▲ ACL의 마지막 필리핀 팀이 될 수도 있다는 카야FC. |
ⓒ 카야FC 제공 |
- 이번 시즌이 필리핀 프로축구단의 마지막 ACL 참가가 될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피치: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는 그렇습니다. 다음 시즌부터 개편되는 대회 구조 때문에 필리핀 구단은 ACL 참가권이 박탈되었다고 들었어요. 아시다시피 ACL에서 뛰는 것은 저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일이었어요. 저는 이 무대를 매우 그리워 할 거예요. 언젠간 우리 필리핀 구단이 다시 ACL에서 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잔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땐 행복하면서도 슬픈 마음이었어요. 우선 이렇게 높은 수준의 무대에서 뛸 수 있었음에 행복했어요. 하지만 바뀐 규정으로 더 이상 이 무대에서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슬펐죠. 이 대회를 통해 많은 해외 원정을 다니고, 그만큼 많은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 한국에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오디: "축구 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삼겹살을 먹는 일이었어요(웃음). 필리핀에서도 한국 음식을 사랑했지만 이곳 현지에 와서 직접 먹어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꼭 다시 오고 싶어요."
피치: "이번 한국 방문은 처음이었지만 사실 이 나라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었어요. 한국은 거리가 정말 깨끗하고 치안이 매우 좋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특히 다양한 먹거리를 먹었는데 모든 음식의 사진을 찍고 필리핀에 있는 저의 배우자와 공유했어요. 그만큼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오늘은 짬뽕을 먹었는데, 맵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제게 이렇게 좋은 경험을 선물해준 한국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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