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연체 올해만 2조2000억 '폭증'…중소기업이 '절반'

부광우 2023. 10. 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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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불어나는 빚 '폭탄'
'벼랑 끝' 내몰리는 자영업자
빚 부담 이미지. ⓒ연합뉴스

국내 은행권 대출에서 불거진 연체가 올해 들어서만 2조2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7조7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연체 중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의 몫으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현실을 실감케 했다.

고금리 여파로 빚을 갚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시돼 온 금융지원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19개 은행의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는 총 7조694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1.4%(2조2516억원) 증가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에서의 연체만 1조2000억 넘게 급증했다. 은행들의 중소기업대출 연체는 4조378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9.6%(1조2422억원) 늘었다. 조사 대상 기간 은행권 전체의 대출 연체 증가액 가운데 55.2%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중 다시 절반이 넘는 6500억원가량의 연체가 자영업자로부터 나왔다.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관련 연체는 1조8175억원으로 55.9%(6514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역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국책 금융기관인 IBK기업은행에서의 연체가 두드러졌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는 1조3221억원으로 79.6%나 늘며 은행들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넘어섰다.

이어 농협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가 5860억원으로 36.1% 증가하며 액수가 큰 편이었다. 하나은행도 4463억원으로, 신한은행은 4174억원으로 각각 23.4%와 25.8%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밖에 ▲우리은행(3803억원) ▲KB국민은행(3660억원) ▲KDB산업은행(1909억원) ▲DGB대구은행(1710억원) ▲BNK부산은행(1374억원) ▲광주은행(830억원) 등이 중소기업대출 연체 규모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중소기업대출 연체 규모 상위 10개 은행.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확산되는 연체의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추가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같은 금융지원 규모가 감소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강조한다. 관련 차주들의 연착륙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 말 대비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23.9%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만기연장은 21.6%, 상환유예는 44.7% 축소됐다.

아울러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올해 9월을 기점으로 종료된다는 불안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기연장·상환유예 해 온 대출의 일괄 만기가 돌아오는 게 아니며, 지난해 9월 마련된 금융권 연착륙 지원 방안에 따른 조치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착륙 지원 방안에 따르면 만기연장 차주는 2025년 9월까지 만기 연장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차주가 원금은 물론 이자도 갚지 않고 있는 이자 상환유예 잔액 1조1000억원은 지원 종료 시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이다. 금융위는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있지만 불가피한 경우 금융사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등 금융 편의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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