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수 배출' 현대오일뱅크 과징금 감면 특혜 의혹에 환경장관 "봐주기 아냐"
[신영근 기자]
▲ 윤건영(사진, 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열린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 폐수 무단 배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충남 서산시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페놀이 포함된 폐수를 이 공장과 인접한 자회사 현대OCI 공장에 보내 문제가 됐다. 또 가스세정시설에서 증발시키는 등 폐수를 무단 배출한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는 "검찰 의견과 회사 의견에 차이가 있다"며 폐수 배출과 페놀 폐수 대기 중 유출이 없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 공소장을 제시하면서 "쉽게 말해서 돈을 아끼기 위해 (폐수를) 자회사에 넘겼다"면서 "검찰 기소를 인정하느냐"라고 주 대표에게 물었다.
이어 "(현대오일뱅크의) 자진신고에 따른 과징금 감면(10%)은 이해한다"면서도 "조사협력감면 20%, 환경부 재량 감면 20% 등 총 1186억 원을 감면했다. 이는 봐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은 환경부가 8월 공업용 폐수 재활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배경에 이 사건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은 "최근 4년간 업계에서 물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건의했지만 세 차례 불수용했다"며 "하지만 불수용 1달 만에 지난 8월 규제개혁 혁파를 발표하면서 (공장간 폐수 재활용을) 수용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환경부가 반대한 규제개혁이 최근 대통령 한마디에 환경부의 입장이 바뀌었다"면서 "환경부가 오일뱅크의 법률대리인도 아니고 이래도 되냐"며 따져 물었다.
환경부는 검찰 수사 전 HD현대오일뱅크에 총 1509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통지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과징금을 책정하면서 자진신고 감면 10%에 조사협력 감면 20%, 재량 감면 20%을 적용해 1000억원 이상을 감면했다. 환경부는 지난 8월 22일 킬러규제혁파방안을 발표하면서, 현대오일뱅크에서 문제가 된 공장간 폐수 재활용을 허용하는 법을 지난달 7일 입법 예고했다.
이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 한마디에 바뀐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가뭄이 많아지면서 지역(기업)에서 폐수 재이용에 대한 부분을 요구하고 있다"라면서 "이번 규제혁신(공장간 폐수 재활용)은 작년부터 꾸준히 생각하고 고려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에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주영민 HD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는 "검찰과 입장이 다르다"면서 "이 사안(페놀 폐수 불법 배출 등)이 재판 중이라 재판 과정에서 밝히겠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주 대표와 한 장관의 해명에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폐수 불법 배출) 자진신고를 하고 과징금을 통보받았는데도, (HD현대오일뱅크가) 인정을 안 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니냐"며 "규제개혁이 되면 페놀과 같은 위험에 자회사 노동자들이 위험해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난달 13일 서산시의회 환경특위는 환경부를 방문해 “(한화진 장관이) HD현대오일뱅크에 유리한 발언을 했다”고 항의했다. |
ⓒ 서산시의회 |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오일뱅크를 향해 "기업이 현행법을 어겨가면서 꼼수를 부리고 과징금을 감면받을 생각을 하면 안 된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한 장관은 "HD현대오일뱅크 건은 (규제개혁 개정 전) 일로 이거(감면)와는 별개다"라며 "(규제개혁은) 특정 기업을 봐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주영민 대표는 임이자 의원의 사과 요구에 "우선 당사에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선 것에 대해서 대단히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사실 여하를 막론하고 공장에 인접해 있는 주민들과 관계자들에게 불안과 심려를 끼쳐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내용에 대해서 이미 지난 9월 12일 관계 주민 및 관계자 여러분에게 상세한 말씀을 드렸다"며 "재판 과정에서 과오가 발견되는 경우에 책임과 적적한 사후 조치가 있을 것 약속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산과 인근 마을 주민과 시민 등 1000여 명은 지난달 12일 오전, HD현대오일뱅크 정문 앞에서 트랙터를 동원해 규탄대회를 열고 사과를 촉구했다.
당시 서산시의회 환경특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유필동 부사장은 이 자리에 나와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페놀 배출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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