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신생아 브로커' 뿌리뽑을 골든타임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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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올해 인천에서 검거된 20대 브로커는 미혼모에게서 신생아를 98만원에 사들인 뒤 입양을 원하는 다른 여성에게 300만원을 받고 팔아넘겼다.
정작 브로커를 통해 신생아를 사들인 50대 여성은 출생신고가 어렵자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내년 7월 시행 전에 경찰과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이 함께 신생아 매매 실태조사, 브로커 기획수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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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브로커 악용 우려
내년 7월 시행 전 실태조사해야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가임기 여성(15~49세)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가 0.7명이라는 의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분기 출산율로는 역대 최저치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만큼 귀한 시대가 됐다.
하지만 모든 탄생이 축복받지는 못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세계적 ‘아동수출국’이다. 2020년 기준 국제 비영리 기구인 ‘국제사회서비스(ISS)’의 국제입양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국외로 입양 보낸 아이는 266명으로 콜롬비아,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많았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주사랑공동체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에 놓인 아기는 1418명이었다. 출생기록조차 남기 어려운 ‘병원 밖 출산’ 신생아는 연간 100~200명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간(2012~2022년) 경찰에 검거된 영아살해는 85건, 영아유기는 1185건이었다. 지난 4일 모텔에서 낳은 신생아 딸을 창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체포되기도 했다. ‘비정한 부모’를 다룬 뉴스가 더는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됐다.
신생아 인신매매 브로커들은 이 그림자를 파고들었다. 브로커는 아기를 양육하기 어려운 친모에게 접근해 돈을 주고 아기를 산 뒤 웃돈을 받고 정식 절차를 통한 입양이 어려운 이들에게 팔아넘긴다. 정식 입양 절차는 양부모의 경제력과 정신병력, 전과, 인성평가 등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지 여러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브로커를 통한 신생아 매매는 아이의 미래를 지켜줄 최소한의 장치도 없다. 브로커 앞에서 신생아는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본지가 취재한 신생아 매매 실태는 실로 참담했다. 올해 인천에서 검거된 20대 브로커는 미혼모에게서 신생아를 98만원에 사들인 뒤 입양을 원하는 다른 여성에게 300만원을 받고 팔아넘겼다. 정작 브로커를 통해 신생아를 사들인 50대 여성은 출생신고가 어렵자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발생한 ‘신생아 바꿔치기’ 사건의 브로커는 이미 과거 2건의 신생아 매매 전력이 있었다. 이 아이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신생아 매매는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해 입증조차 어렵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이 아동매매 혐의로 검거한 인원은 9명뿐이다. 정부 차원의 실태 파악도 지금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산모가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한 ‘보호출산제’ 도입 법안이 통과됐다. 의료기관에서 출생 사실을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출산통보제’가 도입되면서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산모들의 병원 밖 출산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산모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신생아 매매 브로커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7월 시행 전에 경찰과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이 함께 신생아 매매 실태조사, 브로커 기획수사에 나서야 한다. 신생아를 매매하면 반드시 검거되고, 강력히 처벌받는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 소중한 새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브로커를 뿌리 뽑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지금이 아이들의 미래를 지킬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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