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자산 한달만에 재동결되나…"바이든 정부, 가능성 열어둬"
옐런 "모든 조치 논의 대상서 배제 안 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의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 자산을 1개월여만에 재동결하는 문제를 놓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팔 전쟁 발발 이후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이란의 자산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당장 이란이 이번 사태에 개입됐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행정부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란에 대한 60억달러 자산 동결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했는지 여부다. 바이든 행정부 정보기관들은 아직 이란이 하마스에 공습을 지시했다거나 개입했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 정보당국은 이란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계획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이란과 수감자 교환 협상을 성사하면서 인도주의 용도로만 사용한다는 약속하에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60억달러를 카타르 은행으로 이체해 이란에 제공되도록 했다. 현재 이 자금은 아직 카타르 은행에 예치돼 있으며 미국은 이를 다시 동결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대(對) 이란 제재와 관련해 그 어떠한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면서 "향후 적용 가능한 조치에 대해 그 어떠한 것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재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언제든지 다시 동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발언한 이후 또다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이슈가 하마스의 공습으로 중동 정책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황을 부각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자산을 재동결할 경우 지난 8월 합의가 실수였다는 비판에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하마스의 공습 직후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란 자산 동결 해제를 강하게 비판해왔다. 공화당 상원의원 20명과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등은 이란이 이 돈을 하마스 등 테러 단체 지원에 쓸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재동결을 촉구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이란의 자산을 재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짜증 나는 조 바이든이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60억달러의 자산을 재동결해야 한다"며 "바이든이 이 전쟁을 야기했고 이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글을 올렸다.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도 상원의원들이 재동결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미치 매코널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과 만장일치로 이란의 자산 동결을 재부과하는 법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란에서 중동에 있는 테러리스트로 자원과 위험한 무기 등이 흘러가는 경로는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란 측은 재동결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재동결을 요구하는 미국의) 상원의원들과 미국 정부는 그들이 합의를 저버릴 수 없다는 걸 분명 잘 알고 있다"면서 "그 자금은 정당한 이란 국민의 것이며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들을 위해 필수적이고 제재를 받지 않은 필수품을 확보하는 데 배정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유대인 지도자들과 간담회에서 "이스라엘의 안보와 유대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내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 인근에 항공모함 전단과 전투기를 보냈다고 설명하면서 "그리고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밝혔다. 이란이 하마스나 대리 세력을 지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 혼란을 틈타 역내 미군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경고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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