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가을과 엔저…3분기 백화점 성적 발목 잡았다

김유리 2023. 10. 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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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영업익 최대 30%대 하락 예상
온화한 날씨에 FW 의류 매출 저조
엔저에 일본여행객 확대…소비 분산 여전
차별화 콘텐츠 강화…세대교체 인사 등 변화

올해 3분기 국내 주요 백화점의 성적표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을에 접어든 이후에도 더위가 물러가지 않으면서 3분기 실적의 방향키를 쥐고 있던 가을·겨울(FW) 의류 판매가 저조했던 영향이 컸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기간까지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에 따른 해외여행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엔저 효과를 볼 수 있는 일본 등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 점도 쇼핑에 지갑을 여는 비율을 상대적으로 줄이며 백화점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오픈한 K-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에 입장하기 위해 방문객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제공=롯데백화점].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3대 백화점을 포함한 상장사의 올해 3분기 실적 컨센서스(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과 유사하거나 이에 못 미친다.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14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 1501억원 대비 1.13% 줄었다. 이 기간 매출액 추정치 역시 3조8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133억원 대비 3.62% 감소했다. 롯데쇼핑 실적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롯데백화점은 3분기 기존점이 1~2% 역성장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높은 기저와 함께 올해 9월 평년 대비 따뜻한 날씨로 가을 의류 판매가 좋지 못했던 영향이다.

신세계의 3분기 연결 영업이익 예상치는 160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530억원)보다 소폭 높게 나타났으나, 전망치 눈높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상 매출액은 1조6641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조9551억원 대비 14.88% 줄었다. 이 중 백화점 부문 매출은 지난해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고마진을 내는 의류 카테고리 판매가 기대치를 밑돌았고, 전기세 등 유틸리티 관련 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전후 감소세가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3분기 예상 영업이익과 매출액이 각각 953억원, 1조14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22억원, 1조3721억원과 유사하거나 소폭 낮은 수준이다. 백화점 부문 기존점 성장률은 3~4%대로 3사 가운데 높은 편이나, 상반기부터 이어진 인건비 및 유틸리티 비용 증가 등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3사의 백화점 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24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의 실적이 부진한 데는 역기저 영향이 컸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외부 활동을 위한 소비가 크게 늘자, 주요 백화점은 잇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다음 해 경기 침체 우려가 서서히 그늘을 드리웠으나 코로나19에 따른 보복 소비와 리오프닝(경기 재개)으로 인한 패션 카테고리 등 소비 확대로 수년째 호실적을 기록한 베이스는 올해 3분기 실적에도 여전한 부담이 됐다.

백화점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에도 늘 우려됐던 '실적 피크아웃'은 올해 일어났다. 고물가·고금리에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백화점에서 명품을 '플렉스'하는 수요는 줄었고, 출근 및 외부활동을 본격화하면서 번듯하게 갖춰진 옷을 사는 남성·여성 패션 수요도 주춤해졌다. 대신 골프와 테니스 인구가 전반적으로 증가하면서 스포츠·골프 등 관련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었다. 올들어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세를 이어가면서 여름휴가 피크 기간인 3분기에도 일본 등 해외로 떠나는 이들의 소비 분산 상황은 여전했다. 올 추석 긴 연휴가 3분기 말 시작된 데다 엔데믹에 반대로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인 소비 효과에 대한 기대도 있었으나, 상황 반전까지 가져오진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달 이른 인사 단행으로 대표 등 임원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한 신세계를 비롯해 정기 임원인사를 앞둔 주요 백화점은 내년 사업계획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신세계는 개발 및 전략 전문가인 '베테랑' 박주형 대표 체제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백화점의 꽃으로 불리는 상품본부의 수장을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장수진 본부장에게 맡기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19라는 외부변수에 따른 특수가 이어진 데 이어 올해 고전을 겪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이후를 내다보는 본질적인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숙제"라며 "K-패션 등 차별화 콘텐츠 강화와 함께 주요점 리뉴얼 등을 통해 미래형 백화점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방문객들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더스테이지에서 진행된 세븐틴 팝업스토어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신세계백화점].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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