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폭망" 뒤숭숭한 국힘, 김기현은 "특단 대책 강구"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선거 참패' 굳은 표정의 김기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일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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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고개를 숙였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는 39.37%의 표를 얻는 데 그치며,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17.15%p차로 대패했다(관련기사: 개표 시작됐으나... 국힘 지도부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김태우 후보가 51.30%로 당선됐던 것을 고려하면 1년여 만에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12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온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는 당초 일정에 없었으나, 김태우 후보의 낙선이 확정되면서 긴급하게 소집된 자리였다.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한 후폭풍이 당분간 집권여당을 휩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용산 대통령실과 현 지도부를 비판하는 당내 비주류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자들 질문 받지 않은 채 "오늘은 여기까지"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기현 대표는 "우리 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심을 다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강서구민들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라며 "그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당으로서는 험지로 녹록한 여건이 아니었음에도 강서구민들의 민심을 받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선거에 임해주신 당원 동지 여러분께, 당 대표로서 감사의 인사와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라며 "우리 당 후보자에 대해 힘껏 지지해 주신 강서구민들께는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비록 우리 후보자가 낙선했지만 강서 발전을 위해 우리 당이 해야 할 역할에 충실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도 말했다.
▲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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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수용한다"라며 "비록 선거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 결과를 견강부회하지 않고, 민심의 회초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패배를 딛고 다시 전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으나 국민들께서 보시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라며 "이번 선거는 전국기초단체 중 한 곳에 불과하지만, 국민 전체의 민심이라 여기고 그 뜻을 깊이 잘 헤아려 가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투표의 방향을 결정지은 기준은 어디까지나 민생이었다"라며 "그동안의 당 정책과 운영에 있어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하고, 국민의 뜻에 더욱 부합하도록 경제와 민생 회복에 모든 힘을 기울여 나가겠다"라고도 다짐했다.
두 사령탑의 공개발언 이후 회의는 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후 기자들 앞에 나선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고 철저한 반성과 성찰로서 민생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라며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고, 거기에 따른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은 내일(13일) 긴급최고위원회를 9시에 열기로 했다. 내일 긴급최고위원회 이후에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라고만 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통상적인 백그라운드 브리핑과는 달리,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라며 기자들과 별도의 질의응답을 거부했다. 왜 질문을 받지 않느냐는 현장 기자들의 물음에, 강 수석대변인은 '내일'로 미뤘다. 당 지도 체제 개편 여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 철회 요구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한 가운데, 이번 패배로 인한 당 분위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게 방증된 셈이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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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들의 비판 목소리는 매서워지고 있다.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유승민 전 의원은 "참패, 완패라는 현실이 닥친 건데, 대통령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도 이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서울 시민들의 민심, 이게 확인이 된 그런 선거"라고 규정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께서 이번 선거에 상당히 책임이 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패배다, 한마디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총선이 불과 6개월 딱 남았는데, 6개월 남은 총선을 이 지도부로, 이 김기현 체제로 치를 수 있느냐?"라며 "이 기준 하나만 가지고 생각을 해 보면 답이 나온다. 저는 이 지도부로 총선 치르기 힘들다고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양보"할 것을 주문하며, 당이 "완전히 백지에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만들"어야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 한 천하람 전라남도 순천갑 당원협의회 위원장 또한 "한마디로 뭐 망했다. '폭망'이다"라며 "(강서구가) 원래 험지가 아니고, 지금 용산과 우리 당이 그러니까 정부·여당이 험지 메이커다. 지금 서울 수도권 선거를 험지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 "우리가 민주당보다는 좀 더 나은 미래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지도부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를 위시한 현 지도부가 "원래 같으면 사퇴해야 될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된다고 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거쳐 쌓아올린 자산이 오늘로써 완벽하게 리셋 되었다"라며 "오늘의 결과는 17.87%p라는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중간에 이기는 길을 경험해 봤음에도 그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자들이 그걸 부정해 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안타까운 건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는 것"이라며, 현 지도 체제를 유지하려는 당의 기득권을 꼬집었다.
개표 전 '수도권 혁신위'를 언급했던 하태경 의원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회초리를 드셨다. 민심을 이길 수는 없다"라며 "혁신만이 살길"이라고 적었다(관련 기사: 이준석의 패배 예언 적중, 충격 빠진 국힘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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