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눈물이 건강보험 재정 구멍? 앞으로 최대 3배 비싸진다
지금은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를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의원급 안과에서 처방받으면 최소 2736원에서 최대 7128원으로 1회용 점안제 60개가 들어있는 한 박스를 살 수 있다. 이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았기 때문에 결정된 가격으로, 약값 정가의 약 30% 정도다. 그러나 내년 건강보험을 받을 수 있는 대상에서 제외돼 전액 환자가 부담하게 되면, 점안제 한 박스를 최소 9120원에서 최대 2만 3760원 정도에 사야한다. 최대 3배 가량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50대에 들어서자 명확한 이유 없이 안구 건조증이 심해진 A(53)씨는 “특히 가을, 겨울이면 인공눈물 없이는 눈이 따가워 생활이 힘든데, 값이 비싸진다니 걱정이다”고 했다. 안과 의사들도 우려를 표했다.
◇특별한 질환 원인 없는 안구건조증, 100% 환자 부담 예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3년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는 일부에게만 급여 혜택을 적용하고, 처방량도 제한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를 처방받는 질환을 외인성과 내인성으로 나눠, 외인성 질환자는 급여 혜택을 주지 않고 내인성 질환자에게만 일부 혜택을 줄 예정이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는 외인성 질환을 라식·라섹 등 수술, 약제성, 외상, 콘택트렌즈 착용 등 안구건조증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으로, 내인성 질환을 쇼그렌증후군, 피부점막안증후군(스티븐스-존슨증후군), 건선안증후군 등 환자 본인에게 있는 질환으로 유발된 것으로 정의했다. 내인성 질환자가 진료를 위한 방문 1회로 얼마나 처방받을 수 있을지, 1년간 총 얼마나 처방받을 수 있을지 등 구체적인 급여 기준은 곧 결정될 예정이다. 센트럴서울안과 김균형 원장은 "인공눈물을 계절, 오랜 전자기기 사용 등 일상적인 이유로 단기간 눈이 건조해져 처방받는 사람이 많은 걸 고려 하면 약값 부담이 커지는 환자가 대부분일 것으로 추정된다"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내인성 질환으로 명기한 쇼그렌증후군, 스티븐스-존슨증후군 등은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외인성 질환으로라도 안구건조증(각막이 건조해 이물감, 작열감, 눈 시림,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 심한 눈에 인공눈물을 제때 점안하지 않으면 각막궤양 등 이차성 안질환이나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인공눈물 남용, 건보 재정 새는 구멍 중 하나야
보건당국에선 왜 갑자기 이런 결정을 한 걸까? 사실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의 건강보험 급여 문제는 10년간 논의돼 왔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매년 무려 약 2300억원 이상 건보 재정이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안구건조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2016년에서 2019년까지 3년 만에 7.2%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동현 교수는 "급여 조정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내부적으로 조사해 봤다니 극단적으로는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총 약 1000만원 이상씩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를 처방받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처방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지난 5월 개최된 '건성안 환자의 점안제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정책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오창현 과장은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는 의약분업 이전에 등재돼 사용량, 연령, 질환, 용량, 용법 등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이번 기회로 증상완화가 아닌 치료에 꼭 필요한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인공눈물 비용 부담, 환자 제때 진료 안받을 수도"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발표만 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안과 의사들은 ▲비용이 부담되고 ▲환자가 제때 진료를 못 받을 수 있고 ▲오히려 오남용할 수 있고 ▲혼선이 일어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균형 원장은 "인공눈물은 젊은 청년들도 쓰지만 연령이 증가하면서 필요도가 더 올라간다"며 "노인층에서 경제적 부담이 커질 듯해 아쉽다"고 했다. 실제로 갤럽 조사에서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건강보험을 중단하고 100% 본인이 부담하게 되면 응답자의 85%가 부담된다고 답했다. 이런 부담은 환자에게 필요한 약인데도 오히려 쓰지 않도록 구매를 억제하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 앞선 갤럽조사에서 안구건조증을 진단받은 적 있는 사람에게 100% 본인부담금으로 점안액을 사게 되면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자 오직 30%만 구매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대로 남용될 여지도 있다. 김동현 교수는 "건강 보험에서 빠지면 처방받으나, 받지 않고 약국에서 구매하나 가격이 비슷하기 때문에 진료를 받지 않고 약국에서 개인적으로 구매해 사게 될 것"이라며 "정기 검사 역할을 했던 진료를 받지 않으면서 안질환을 놓치게 될 수 있고,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실명, 사망 등 무서운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외인성과 내인성 질환을 구분하기 어려워 진료과정에서 혼선이 일어날 여지도 있다. 김균형 원장은 "진단코드가 내인성, 외인성으로 따로 들어가지 않고, 안구건조증을 두 가지로 구분하긴 매우 애매하다"며 "혼선이 예상되며, 이를 막기 위해 안구건조증 치료에서 히알루론산나트륨을 배제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동현 교수는 "복지부에서 내인성 질환의 급여 인정 폭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따라 내부 혼선 정도도 달라질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박스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는데, 구매할 수 있는 범위를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건보 재정 절약도 불투명해"
앞으론 어떻게 될까? 정책의 정확한 범위를 봐야겠지만, 히알루론산나트륨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점안제로 시장이 개편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가천대 길병원 안과 백혜정 교수는 "급여 축소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 대신 CMC 점안제를 사용할 것이므로 보험 재정을 메꾸진 못할 것"이라며 "다른 약으로 메꾸는 식으로 진행하면 환자만 손해 볼 뿐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여러 전문가 집단과 단계적 적용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CMC 점안제는 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나트륨 성분의 인공눈물로, 히알루론산나트륨과 효과와 기능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점안제다. CMC 점안제 외에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안구건조증 급여 품목 치료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 약들은 오히려 히알루론산나트륨 점안제보다 비싸 보험재정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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