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망가진 면역 시계를 되돌리세요”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2023. 10. 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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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이병욱 박사의 작품 <들꽃 축제> 33.3X53.0cm Acrylic on Canvas 2022
저는 지난 30여 년 동안 수술과 항암 치료, 보완통합의학까지 오로지 암 치료에 매달려 왔습니다. 처음 15년은 수술로 암을 잘라내고, 그 이후에는 보완통합의학을 통해 올바른 생활과 암이 깃드는 나쁜 생활 사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서서히 굳어가는 확신이 있다면, 그것은 암을 극복하는 데 정말 중요한 것은 ‘면역력’이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외과 의사로서의 삶을 접고 보완통합의학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보완통합의학은 육체, 감정, 사회, 생활 등 통합 면역력을 높이는 치료이기 때문입니다.

위암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던 중년의 남자 환자 분이 있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4기였습니다. “죽어라 일만 했는데 이제 와서 암이라니!”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생각하고 울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열심히 산 게 죄라면 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랍도록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완벽주의자인 그는 스케줄 표에 공란 하나 남기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왔습니다. 7시간의 수면은 사치였고, 3~4시간으로 잠을 줄이며 몸을 혹사시켜 회사를 키웠습니다. 회사를 키운 대가는 그의 인생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자신의 야망을 받쳐주었던 몸이 덜컥 고장나버린 것입니다. 인체는 기계가 아닌데 기계처럼 생각하고 혹사하며 살면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인체이기 때문에 그 험한 혹사를 견뎠는지도 모릅니다. 기계라면 일찌감치 고장 나 폐기 처분됐을 것입니다.

그의 고단하고 외롭고 엄격하고 피를 말리는 생활습관의 뿌리를 파헤쳐 들어가면, 고갈된 면역력이 나옵니다. 면역력은 생명의 실체이지만 몸에 탈이 나기 전까지는 어지간해서 드러나지 않습니다.

“망가진 면역 시계를 되돌려야 합니다.”

해법은 면역치료에 있습니다. 암과 싸울 때 하는 모든 치료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면역치료란 그 부작용을 이기기 위해 인체가 지닌 면역력을 최대치로 높이는 모든 행위를 일컫습니다. 면역치료는 수술을 하거나 약을 먹는 것처럼 병을 타깃으로 하는 게 아니라, 병을 가진 ‘인체’를 돌보는 것이기에 그 치료 범위가 광범위합니다. 면역 증강제나 면역 조절제 주사와 같은 각종 약물요법부터 정신과 상담을 통한 마음관리, 가족치료, 예술치료, 웃음요법, 울음요법, 운동요법, 식이요법, 신앙요법, 봉사요법 등 다양한 방법들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종류가 너무 많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20년 가까이 면역치료를 해오면서 제가 정한 일곱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한두 가지 요법에 집중하기보다는 통합적으로 면역력을 관리해야 합니다. 암은 한 가지 문제로 발생한 병이 아니기에 해결책도 하나일 수 없습니다. 신체 면역력과 함께 사회 면역력, 감정 면역력, 영양 면역력을 동시에 키워야 합니다. 둘째, 인체를 실험도구로 쓰지 않아야 합니다.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면역요법 역시 검증되지 않은 무수한 방법들이 나왔다가 사라져 갑니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쓰는 것은 자칫 죽음을 재촉하는 길입니다. 셋째, 누구나 하기 쉬워야 합니다. 하기 쉽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힘듭니다. 기쁨을 느끼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등 매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기 쉬워야 합니다. 그러면 육체와 정신적인 건강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넷째, 가족과 함께하는 치료입니다. 암은 환자 혼자 버티기에 너무 가혹한 병입니다. 환자에게는 의지처가 필요합니다. 다섯째,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야 합니다. 환자는 자신이 벼랑 끝에 혼자 서 있는 게 아니라고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료 시간에 환자를 웃게 하고, 때로는 가슴 저밀 정도로 눈물을 쏟게 만듭니다. 여섯째,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치료여야 합니다. 신앙을 갖거나 봉사활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식으로 환자가 병이 아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조 약물을 사용하되 그야말로 보조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사용할 수는 있지만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면역치료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은 없습니다.

환자들을 보면 너무 많은 곳에서 면역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습니다. 통합의학을 하는 각종 대학병원, 일본이나 유럽의 병원, 심지어 미국암협회에서 관련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면역치료는 넘쳐나지만 제대로 된 면역치료를 못하는 이유는 혼자서 균형을 잡지 못하고, 지금 당장 자신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잘하기 힘든 것이 면역치료이고, 바른 판단을 내릴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면역치료입니다. 환자의 상태에 맞는 종합적인 처방전이야말로 면역치료에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마세요. 제가 언제나 여러분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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