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블랙리스트' 우려…美 하버드생, 이스라엘 규탄 잇따라 철회

정현진 2023. 10. 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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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참여 34개 모임 중 최소 5개 철회
'헤지펀드 거물' SNS 글 게시 이후 대응
'전 하버드 총장' 래리 서머스 진정 촉구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과 관련해 그 책임이 이스라엘에 있다고 성명을 낸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비판 여론에 밀려 입장을 바꾸고 있다. 성명에 참여한 학생들이 월가의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경고까지 나오면서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는 모양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CNN방송,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 정권이 이번 폭력 사태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성명에 서명한 34개 하버드 학생 모임 중 최소 5개 모임이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

일부 학생 모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철회 소식을 알리면서 성명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사과했다. 하버드대 네팔 학생회는 "이스라엘에서 최근 발생한 공격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 성명에 서명한 것을 후회한다"며 "하마스의 공습을 비난하고 평화를 지지한다는 우리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성명 공개 이후 논란이 일자 이를 주도한 학생 모임 측은 학생 개개인의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하고 "이 성명은 하버드대의 팔레스타인 연대 연합에 의해 공동 작성됐으며 학생의 안전을 위해 원본상에 있던 모임의 이름은 현 시점 부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수정했다고 하버드대 캠퍼스 신문인 하버드크림슨은 전했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이처럼 입장을 바꾼 건 성명 발표 이후 큰 논란이 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학생들이 졸업 후 입사하고 싶은 직장으로 선호하는 월가에서 이들을 채용 블랙리스트에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급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이스라엘 비난 성명을 언급, "많은 최고경영자(CEO)가 혹시라도 이스라엘 비난 성명에 참여한 하버드 졸업생을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학생 모임 명단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체 뒤에 숨어 서명한 학생들이 이름을 감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애크먼 회장이 SNS에 게시글을 올린 이후 쇼핑 클럽 팬핏펀, 건강 기술 스타트업인 이지헬스와 도브힐캐피털매니지먼트 등 다수 기업의 CEO들이 찬성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레스토랑 체인점인 스윗그린의 조나단 네먼 CEO도 자신의 SNS에 명단을 파악해 이들을 절대 채용하지 않으려 한다고 글을 올렸다.

다만 상황이 확산하자 미국 재무부 장관을 역임하고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교수가 진정하자고 촉구했다. 루마니아계 유대인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 9일 "지난 50년의 세월 동안 이 정도의 환멸감과 소외감을 느낀 적 없다"며 학생 모임을 먼저 비난해 대중이 하버드대 성명에 주목하게끔 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재차 자신의 SNS 글을 올려 "이 학생 모임에 소속된 많은 이들이 성명이 공개되기 이전에 이를 보지 못했다. 일부는 이에 서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에 찬성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지조차 못했다"면서 "아마도 일부는 그저 순진무구했고 멍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개인을 비방하는 데 시간을 써서는 안 될 때"라면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 것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법학자인 로런스 트라이브 하버드대 교수도 애크먼 회장의 의견에는 동의했으나 학생의 이름을 공개하려는 노력에는 동참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놨다. 그는 CNN에 "이 성명에 휘말린 학생 중 상당수는 성명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라면서 "그들이 순진하고 멍청했지만 그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등 영구적으로 그들을 처벌하는 건 과잉 행동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뉴욕대 로스쿨 학생회장 리나 워크먼은 최근 "이스라엘은 이 엄청난 인명 손실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후 워크먼은 취직이 결정됐던 로펌의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고, 로스쿨 학생회도 워크먼에 대한 회장직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 그를 채용 취소한 로펌 윈스턴앤스트로운은 SNS에 "그의 의견이 회사의 가치와 심각하게 상충해 채용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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