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AG가 남긴 논란① ] 금메달 병역 혜택, 더 뜨거워진 찬반 논란

이은경 2023. 10. 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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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S포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이 막을 내렸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은 논란이 남아있다. AG 금메달을 따낸 남자 선수를 대상으로 한 병역 혜택 논란이다. 

2019년 국방부가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 체육 특기자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적절하다'가 55.6%, '부적절하다'가 44.4%로 팽팽했다. 이번 대회가 끝난 후에는 이에 대한 논란과 논의가 더 진지해진 분위기다. 

최근 BTS로 대표되는 K팝 스타들이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연이어 상을 타자 ‘BTS는 안되고 금메달리스트는 가능한’ 현재 병역법의 형평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여기에 이번 항저우 AG에서 금메달을 따낸 야구와 축구 대표팀 선수 39명이 무더기 병역 혜택을 확정하자 ‘인구 감소로 입대할 자원이 모자란 판에 이게 바람직한 일인가’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yonhap photo-5088="">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 시상식 뒤 마운드 위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yonhap>
남자축구 금메달 환호.    사진=연합뉴스

AG 금메달리스트, 올림픽 입상자(금·은·동메달리스트)가 병역 혜택을 받는 현재의 병역법은 1973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개발도상국이던 대한민국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 입상을 통해 국위 선양하는 선수들을 많이 배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처음에는 세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유니버시아드 3위 이상도 혜택을 받는 등 범위가 굉장히 넓었는데 1990년 현재의 조건으로 법이 개정됐다. 

1990년 체육특기자의 병역 혜택을 큰폭으로 줄인 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 스포츠의 국제 경쟁력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메달이 쏟아졌던 게 그 배경이었다. 시대에 맞춰 예술 체육요원에 대한 병역 혜택을 수정할 수 있다는 근거이기도 하다. 

1973년 이후 50년이 흐르는 동안 여론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올림픽이나 AG 금메달리스트는 그 자체로 국민 영웅 대접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에 오른 축구대표팀 선수들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을 기록한 선수들도 한시적인 병역법으로 혜택을 받았는데, 당시 국민 여론은 이에 거부감이 전혀 없고 오히려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20년 사이에 여론의 방향은 급변했다. 

일부 프로 선수들의 돌출 행동이 여론을 돌아서게 하는데 도화선 역할을 했다. 한 프로 구기종목 선수가 부상을 숨기고 AG 대표팀에 합류해 제대로 된 활약도 하지 못하다가 금메달을 따내자 환호하는 모습에 ‘국민 밉상’이 되기도 했다. 또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자 그 직후부터 아예 대표팀에는 합류하지 않았던 스타 플레이어도 있었다. 병역 혜택을 받아서 입대 대신 수행하는 자원봉사 활동마저도 피하기 위해 이를 조작한 선수가 적발돼 국민적인 분노를 샀다. 프로에서 성공해 큰 돈을 버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병역 혜택의 도구로 사용하는 듯한 태도가 여론의 반감을 부추겼다. 

과거 한 연예인의 훈련소 입소 장면.     IS포토 

병역 혜택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자 전전긍긍하고 있는 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어드밴티지가 없는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이다. 일선의 아마추어 종목 지도자들은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병역 혜택이 없어지면 우린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한국 스포츠의 전체적인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고 읍소하고 있다. 

1973년 이전에 현역으로 복무했던 한 스타급 원로는 병역 혜택 논란에 대해 “후배들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만들어진 현재의 법을 갑자기 없애거나 바꾸자고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시대가 많이 변한 건 맞다. 개인적으로는 특정 이벤트에서 거두는 한 차례의 성적만을 기준으로 혜택을 주는게 지나친 한탕주의나 성적지상주의 쪽으로만 흐를 수 있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말했다.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혜택에 변화를 논할 때 지나치게 감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선수들이 병역으로 선수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한 혜택은 주되,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필요는 있다.

복무 기간을 선수 은퇴 이후로 늦춰주거나 은퇴 후 현역 입대 대신 일정 기간 자신의 분야에서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쪽으로 혜택 방식을 바꾸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병역 혜택을 받는 조건 역시 단순히 한 차례의 메달 획득이 아니라 국가대표로 뛴 기간, 경기에 뛴 시간을 합산해 포인트제를 도입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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