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패배 예언 적중, 충격 빠진 국힘의 선택은?

곽우신 2023. 10. 12.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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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17.15%p차 참패에 대통령실·여당 책임 공방 가능성, 현 지도부 체제 유지도 물음표

[곽우신 기자]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히고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예견된 패배, 하지만 '사이비 평론'이라 평가절하했던 격차에 꼭 들어맞는 결과였다.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득표율 39.37%(9만5492표)을 얻었다.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과 비교하면 17.15%p 차(4만1573표)였다. 이는 이준석 전 대표가 전망했던 '18%p 격차 패배'와 거의 일치하는 결과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를 '사이비 평론'·'인디언 기우제 평론'이라 질타한 바 있다.  

압도적 패배에 대한 여당의 입장은 단촐했다. 후보자 본인의 입장문과 수석대변인 명의의 당 입장문을 제외하곤 말을 보태지 않았다. 대신 당 지도부는 12일 오전 긴급하게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당초 일정엔 없던 회의다. 사실상 보궐선거 패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인 셈. 22대 총선을 6개월 가량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힘은 가장 원치 않았던 시나리오로 끌려 들어가게 됐다(관련기사 : 패한 쪽은 치명타, 양당 강서구청장 선거에 다 걸었다 https://omn.kr/25y58).

수도권 혁신위 vs. 현 지도 체제 유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역 네거리에서 열린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총력지원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철규 사무총장, 김 대표, 김태우 후보, 윤재옥 원내대표.
ⓒ 권우성
 
가장 큰 관심사는 '김기현 체제'의 지속 여부이다. 여당 지도부는 선거 전 '수도권 위기론'을 주장했던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이번 선거 패배시 메시지 수위 조절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더라도 지도 체제까지 흔들지는 않도록 메시지 관리에 들어간 셈. 하지만 격차가 너무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수도권 위기론'이 명징하게 증명된 만큼,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불안감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됐기 때문이다.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했지만 최근 '서울 출마'를 공언하고 나선 하태경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두 자리 이상 큰 차이로 지면 당내에서, 특히 수도권 지역에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올 것 같다"라며 '수도권 혁신위'를 언급했다. 그는 "다들 너무 불안해한다, 지금 경기도까지 포함해서"라며 "수도권 비전과 승리전략 이런 것을 가져올 수 있는 그런 대책은 필요한 것 같다. 또 지도부도 선거결과에 따라서 거기에 맞는 그런 대책을 내어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까지는 단정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현재의 당 구조로는 다음 총선을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반면, 이번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상임고문을 맡은 권영세 국회의원은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같은 경우는 뭐 특별한 일은 없을 거라고 본다"라며 "사실은 이 당 전체를 흔드는 요소가 될 만한 그런 선거는 아니잖느냐"라고 선을 그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민심이라는 거는 지금 보궐선거, 그것도 또 이 서울의 한 부분인 강서구의 보궐선거 가지고 판단하기는 좀 이르다"라며 "(선거를 준비하는 당의) 태도에 영향을 줄 뿐 내년 총선에는 별로…"라고 밝혔다.

특히 권 의원은 "보궐선거 하나를 가지고 이 당이든 저쪽 당이든 흔들려지는 거는 그렇게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라며 "지도 체제가 원래 크게 변할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도리어 "호사가들이 무슨 이렇게 될 경우에 비대위 체제로 가고, 비대위 체제는 뭐 저나 무슨 (원희룡 비대위) 얘기를 하는데, 그거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 지도 체제가 좀 흔들리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지적했다. "지도 체제가 자주 바뀌는 정당 쳐놓고 제대로 되는 정당이 없다"라는 주장이었다.

용산과 여의도의 책임 공방? 대대적인 인적 쇄신?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에서도 이 정도 격차로 질 줄 몰랐을 것이다. 상상 이상의 충격"이라며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은 지난 2020년 총선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훨씬 더 '폭망'하게 된다"라고 꼬집었다. "어딘가는 책임져야 될 것"이라며 "용산과 당이 책임 소재를 놓고 핑퐁 게임을 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전망했다. 

다만 그 '어디'를 두고 용산과 여의도가 다툼을 벌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장 소장은 "당 입장에서는 '용산에서 하자고 해서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니, 선거와 관련해서는 이제 김기현 대표가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 두 번의 선거를 이겼던 용산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중진들 다 투입해서 총력전으로 했는데도 진 것은 당이 무능력한 것'이라고 당을 손가락질 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그는 "(대통령실과 당의 변화를 가늠할) 바로미터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당에서 만약 김행 후보자에 대해서 임명 철회를 요구하지 않고 '국민의 민심을 잘 받들겠다'라는 수준으로 대응을 끝낸다면 '아무도 아무것도 책임 안 지겠다'라는 항변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행 후보자에 대한 사퇴 목소리가 당에서 나오는데, 용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까지 국정 기조 변화는 없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으로는 안 된다. 새로운 당을 만들어 볼까'라는 유혹에 빠질 수가 있다"라고도 지적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에 김행 후보자 사퇴만으론 이번 패배를 수습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산적한 현안이 많아서 지도 체제 개편까지는 쉽지 않았었지만, 격차가 너무 커 지도 체제 문제까지도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 올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기현 대표가 표면적으로라도 사의 표명에 나설 수 있다. 나중에 대통령이 만류를 하는 방향으로 정리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윤핵관'이나 '5인회'의 사퇴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이나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의 책임론 역시 언급했다. 이어 "대통령실에서도 문책성 인사가 필요할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의 책임을 물어 검찰총장 교체 같은 카드가 나올 수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현 여권의 권력 구조를 개편하라는 게 민심이고, 결국 그런 민심을 받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위기감이 고조된 여권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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