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하게 제꼈지만... 본전 찾은 민주당, 숙제 남은 이재명

박소희 2023. 10. 12.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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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이미 자신했던 강서구청장 보선 승리, 문제는 그 다음... 총선 승리 위한 정답은?

[박소희, 류승연 기자]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56.52% - 국민의힘 김태우 39.37%

최종 개표 결과 17.15%P라는 압도적 표차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승리는 민주당에게 돌아갔다. '18%P 격차로 패배할 것'이라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표였다. 그리고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박영선 민주당 후보 39.18%-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57.5%), 2022년 6.1 지방선거(송영길 39.23%-오세훈 59.05%)에서 민주당이 참패했을 때와는 정반대 상황이 2023년 10월 국민의힘 눈 앞에 펼쳐졌다. 

사실 민주당에서도 선거 전부터 '이긴다'는 낙관이 지배적이었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 9월 말 패배 가능성을 묻는 <오마이뉴스>에 "(그럴 일은) 없다"며 "왜냐면 (국민의힘이) 김태우 후보를 공천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또 "강서구는 원래 우리가 유리한 지역인데다 지난번 선거 때는 공천 후유증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 돕겠다더라. 윤석열 때문에"라며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길 바라는 사람들은 답답할 거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엄청 도와주고 있다"는 말도 남겼다.

그의 진단을 다르게 풀이하면,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 비결은 이재명도, 민주당도 아니다'란 뜻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지난 9일 병원 퇴원 후)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에 왔던 일이 도움이 된 면도 있고, 안 된 면도 있지 않겠나"라며 "(이 대표가) 10분 와서 얘기했다고 (진 후보를) 안 뽑으려고 했던 사람이 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A의원도 "병상에 계셔서 한 번밖에 못 왔다"며 "영향이 컸을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여기서부터 몇 가지 질문이 시작된다.

Q1. 민주당, 이번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남소연
 
민주당 지도부는 줄곧 10.11 보선을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고 못박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11일 아침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선거를 통해 강서구민들께서 진교훈 후보의 능력과 자질에 성원을 보내주시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독선과 오만을 심판하는데 마음을 모아주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잃어가는 대한민국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는 국민의 민심이 강서구에 모였다. 오만한 권력에 경고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다른 이들의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 후보를 사면·복권하며 직접 공천장을 준 것과 다름없도록 판을 키운 터라 '구청장 1명 뽑는 선거'가 '전국선거'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자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구청장 1명 뽑는 선거'다. 2024년 4월 10일 총선까지는 아직 6개월이란 시간이 남아있다. 선거제도와 선거구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제 어떤 이유로 정국이 출렁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친명계 B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민주당이 잘해서, 이재명이 훌륭해서 이겼다'는 분위기로 가면 (총선) 폭망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 경고했을 뿐"이라며 "진교훈 후보도 오직 '강서구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강서발전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만 얘기해야 한다"고 봤다. 재차 "정말 겸손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망할지 말지는 선거 승리 후 민주당이 취하는 태도와 자세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표 역시 이날 진교훈 후보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되자 페이스북에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다"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한때 집권당이던 저희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도 약속했다.

Q2. 보궐선거 승리, '친명 체제'에 어떤 영향 줄까 
 
 9월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여의도 국회앞에 모여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 중 일부가 인근 민주당사앞으로 이동해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이재명 대표가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후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으로 기사회생한 뒤, 당내 '친이재명 체제' 강화 기조는 뚜렷해졌다.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은 채 '요청'만 했던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표결 당일 '가결표 행사는 해당행위'로 규정했고, 27일 정청래 최고위원은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도 참회하고 속죄해야 한다"며 "반드시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강성지지자들의 '색출' 작업에 몇몇 의원들은 '부결 인증'을 하느라 바빴다.

자연스레 보궐선거에서 이긴다면 친명 체제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거 결과가 친명 체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냐를 두고는 계파를 떠나 생각이 대동소이했다. 친명계 C의원은 "영장청구 기각 후 당내 형성된 흐름(친명 기조)이 있다"며 "선거 결과가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표적인 '비명' 이원욱 의원 또한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지도부 권한 강화에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이라며 큰 변수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Q3. 이재명, 무엇을 해야 할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단식 후 회복을 위해 입원중이던 녹색병원에서 퇴원한 뒤 자택으로 가기 전 서울 강서구 발산역앞 광장에서 열린 진교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 지원 유세에 참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진짜 승부는 내년 총선이다. C의원은 "이번 선거 승리는 윤석열 정부 심판 의미가 크지만, 이게 내년 총선으로 그대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며 "총선 준비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욱 의원도 "이기는 당은 페니실린 주사를 맞은 격이 돼 가지고 오히려 당의 변화를 선택하지 않고 현재의 체제에 안주할 가능성이 있다"며 "(10.11 보선 승리가) 오히려 총선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에게 주어진 최대 숙제도 총선 승리다. 그렇다면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이 대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8~9일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2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53.1%는 '법원의 영장 청구 기각 후에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세부지표별로는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40대와 광주/전라, 진보층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 미디어토마토
 
같은 조사에서 이 대표가 향후 '가결파' 민주당 의원들에게 어떤 행보를 보여야 하냐고 묻자 절반을 넘긴 54.3%가 '당내 통합·화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재명 체제 선명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30.7%, '잘 모름'은 15.1%였다. 특히 중도층(당내 통합·화합 추구 56.1%-이재명 체제 선명성 추구 26.8%)과 무당층(50.1%-16.5%)에선 당내 통합·화합을 추구하는 의견이 확연히 많았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49.5%-44.7%로 양분하는 모양새였다.

즉 이 대표는 피고인 이재명, 당대표 이재명으로도 여전히 시험대에 오른 신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다음' 행보로 세간의 의구심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대권주자 이재명'의 앞날은 험난할 수밖에 없다. 

비명계 D의원은 "이 대표의 당무복귀 첫 행보로 비명을 징계하냐 마냐는 가늠자가 될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중간층, 또 민주당을 찍었던 사람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그래 민주당한테 마지막으로 속아보자' 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결과는 국민이 아니라 우리한테만 며칠 좋은 일"이라며 "국민들은 여전히 여야를 떠나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총선을 어떻게 할 거냐'는 요구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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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23년 10월 8~9일 전국 성인남녀 1032명 대상 무선ARS조사 - 응답률 6.2%,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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