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나이든다는 것, 류승룡의 ‘무빙’ [OTT내비게이션⑥]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찾아오던 디즈니+드라마 ‘무빙’(극본 강풀, 연출 박인제·박윤서, 제작 스튜디오앤뉴·미스터로맨스)은 더 이상 신작을 공개하지 않지만. 우리는 잊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시즌2 공개를, 시즌1을 다시 보면서.
우리가 이토록 디즈니+드라마에 열광한 적이 있던가, 없다. 좋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최초다. 넷플릭스는 여러 편 있었지만, 시대를 풍미한 인기작이 디즈니+엔 없었다. 그렇다고 ‘디즈니+ 최고’ 인기작만도 아니다. 현재 ‘무빙’은 그냥 모든 플랫폼 털어 가장 화제성이 큰 작품이다.
그중에서도 ‘장주원 시대’이다. ‘임영웅 시대’에 버금가는 인기를 배우 류승룡이 누리고 있다. 류승룡은 지난 8일,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열린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에서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주연배우상(남자부문)을 거머쥐었다.
조인성, 한효주, 문성근, 유승목, 김희원, 곽선영을 선두로 한 남측의 어른을 맡은 배우들도 박수받아 마땅한 열연을 과시했고. 박희순, 양동근, 조복래, 김중희, 박광재 등 북측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도 호연을 펼쳤고. 미국에서 온 프랭크 역의 류승범은 조기 퇴장에도 잊히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했다.
출연 배우 전체에게 공동수상을 안길 수 없을 땐, 1번 배우가 받게 돼 있다. 시간과 장소를 옮겨가며 숱한 인물이 등장하는 가운데, 류승룡은 전체 회차의 40%를 소화했다. 여러 초능력자가 능력을 뽐내는 가운데 류승룡이 표현한 장주원은 막강한 힘과 생체 복원 능력을 바탕으로 게임의 ‘최종 보스’처럼 최고치 해결력을 자랑한다.
1세대 초능력자들이 ‘청소부’ 프랭크에게 처리되는 순간, 모두가 장주원을 말했다. ‘넌, 구룡포에게 쨉(상대 또는 맞수를속되게이르는 말)도 안돼’ ‘우리 구룡포가 널 해결할 거야!’. 눈을 마주치기 무섭게 두려움을 주는 프랭크인데, 그보다 더 센 인물이 있다고? 기대감을 키우기에 충분한 말이었고, 류승룡표 구룡포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시즌1의 마지막, 현재의 대한민국에 평화를 안기는 인물도 장주원이다.
물론 2세대 초능력자를 연기한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의 사랑스럽고 당찬 연기도 너무 좋았고, 고윤정과 이정하는 류승룡과 같은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무빙’은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 베스트 VFX상, 작가상(강풀)까지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배우들뿐 아니라 작가와 감독부터 말단 스태프까지, 또 제작사에 배급사, 홍보사까지 모두가 잘했지만. 그래서 상도 휩쓸었지만. 이러한 결과가 있기 위해선, 모두의 재능과 헌신을 한데 결집해 시청자 마음에 ‘스트라이크’를 날릴 ‘선발투수’가 필요하다. ‘무빙’에서 그 역할을 한 게 배우 류승룡이라는 얘기다.
류승룡은 20부까지 시즌1이 모두 공개된 뒤 기자들을 만났다. 포스터 중앙에 자신이 선 것은 의식하지 않았고, 보는 사람마다 잘한 배우를 말하는 이름들이 달라 ‘너무 좋다’는 얘기를 했다.
장주원이 아니라 장주원이라는 ‘괴물’을 사랑으로 변화시킨 황지희(곽선영 분)가 최고의 초능력자라고 진심으로 말했고. 같은 맥락에서 하늘을 나는 김두식(조인성 분)과 소머즈의 귀를 가진 이미현(한효주) 부부, 그리고 두 가지 능력을 모두 타고난 그들의 자식 봉석(이정하 분)이가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도운 정육점 사장(황정민 분)과 장애를 지닌 아들(손보승 분)이 진정 이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영웅)라고 강조했다.
잘리고, 찔리고, 뭉개지고…. 더울 때도 추울 때도 피범벅에 눈물범벅으로 촬영하고선. “고생한 기억은 정말이지 남아 있지 않고 좋았던 기억, 행복했던 추억만 남았다”고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우선 작품 내적으로 볼 때. 이제 더 이상 뱀가죽 재킷 입은 영화 ‘시크릿’의 재칼, 육즁한 육량시 쓰는 영화 ‘최종병기 활’의 쥬신타,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섹시 가이 장성기, 잔악무도한 최고 권력자 드라마 ‘킹덤’의 조학주처럼 강렬한 캐릭터가 배우 류승룡에게 필요 없어 보인다. 평범한 가장, 푸근한 아버지의 모습이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됐다.
작품 외적으로도, 인터뷰하는 동안 눈에 힘주고 온몸을 써가며 열심히 설명하고 뜨겁게 외치던 류승룡이 이제 없다. 나긋나긋한 말투에 느릿느릿 웃느라 반쯤 감긴 눈으로 조용히 말했다.
불현듯, 떠오르는 ‘무빙’의 한 장면. 20대 모습이어도 어울리는 풋풋한 머쓱함으로 지희 앞에 다소곳이 앉은 주원의 모습. 와, 따스한 멜로다. 회상 장면에서만이 아니다. 고3 딸 키우며 닭 튀기는 현재도, 일하던 손의 물기를 닦고 선반 아래 놓인 사진액자를 꺼내 닦는데, 지희와의 가족사진이다. 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 뭉클한 멜로다!
배우가 나이 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나이 들어가면 이렇게 삶을, 일상을 표현하는 배우로 깊어지는 걸까. 조인성도, 한효주도 이번 ‘무빙’에서 그러한 멋짐을 보여주었는데, 좀 더 가까이에서 보니 그 한 발짝 앞에 배우 류승룡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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