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군사합의' 갑론을박…김영호 "국가안보회의서 논의" [2023 국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의 실효성을 두고 시종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의원들 앞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국가안보회의가 개최될 경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등의 국정감사(국감)에서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을 향해 "우리가 주장하는 NLL 북방 한계선을 인정하는 북한의 선언이나 합의를 9·19 군사합의 말고 본 적이 있느냐"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 하면서 최초로 NLL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을 가리켜 김 의원은 "70년 동안 군비를 증강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의 군사력과 전쟁 능력은 이것보다는 비교할 수도 없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도발에는 우리가 단호하게 대응해야겠지만 전쟁은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9·19 군사합의를 한 것"이라고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주장하는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여당의 국방위 간사인 분은 (한반도) 긴장 고조가 아무 문제가 안되는 것처럼 말씀을 하시더라.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예로 들며 '북쪽에서 언제 공격할지 모르니 우리가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먼저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했다)"며 "미리 선제공격한다고 떠들어 놓으면 북쪽에서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자기네들도 더 빨리 선제공격할 생각을 할 것이고, 그런 식으로 서로 긴장이 고조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이에 김 장관은 "그런 문제는 군사적인 충돌이 올 수 있게 되면 대단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된다"며 "(9·19 군사합의 정부 입장은)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장관은 '유관 기관들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야 될 것 같다. 그런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국가안보회의에서 결정하도록 돼있다. 국가안보회의가 열리게 되면 나도 구성원이기 때문에 참석을 해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은 김 장관의 이같은 주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9·19 군사합의서 큰 틀인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의 핵심은 북한이 비핵화한다는 건데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다 깼다"며 "당장 효력 정지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도 "북한의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 사항이 최소 17건에 달한다"며 "한쪽은 지키지만, 다른 쪽은 마음대로 어긴다면 합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장관은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위헌 결정을 내린 대북전단 금지·처벌법에 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대북전단 금지·처벌법은 문재인정권에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통일부의 장관으로서 과거의 죄과에 대해 고개를 숙인 것이다.
김석기 의원은 "장관이 오기 전에 일이지만, 통일부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만드는데 앞장섰다"며 "여기에 대해 통일부 장관으로서 사과하거나 유감표시할 의향이 없느냐"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장관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정부 차원의 개정안 발의 여부를 묻는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김 장관은 "검토하겠다"며 "이 법은 원래부터 대단히 문제가 있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법 개정과 관련해선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조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단살포금지와 관련된 법의 내용은 위헌으로 결정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전단을 살포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보장된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것이라고 통일부가 분명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그 문제와 관련해선 경찰직무법 등을 통해서 처리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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