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동훈의 법무부, 제2의 타다를 막다
꺼져가던 혁신에 숨결을 불어넣다
2021년 6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변호사들에게 공지 메일을 보냈다. 로톡, 로앤굿, 로시컴 총 3곳의 법률 플랫폼에 가입했다면 3개월 이내에 탈퇴하라는 내용이었다. 친절하게 각 회사 홈페이지의 탈퇴 방법까지 설명하고 있었다. 근거는 한 가지였다. 법률 플랫폼은 불법 브로커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타다처럼 또 하나의 혁신이 마녀가 되어 매달아진 순간이었다.
지난달 26일, 법무부는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로부터 징계받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 취소를 발표했다. 8년 동안 이어진 법률 플랫폼 불법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는 순간이었다. 법무부는 단순히 징계취소 결정만 발표한 것이 아니라 10페이지에 달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법무부 결정의 주요내용과 의의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자.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법률 플랫폼이 과연 변호사를 '연결'하는 것인지 아니면 '연결하는 장'을 제공하는 것인지 여부였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갸우뚱할 수 있다. 여기서의 '연결'은 일상적인 용어가 아니라, 변협이 징계를 위해 새롭게 만든 변호사광고규정 제5조 제2항과 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에 등장한 법적인 용어이다.
우리나라 변호사법 제34조는 사건 수임과 관련하여 당사자를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 알선, 유인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것이 현행법상 금지되는 법조 브로커이다. 중요한 것은 '특정한 변호사'에게 유인하지 말라는 것인데, 이는 과거 브로커가 어떤 변호사와 결탁한 후에 사건수임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함이다. 지금까지 법률 플랫폼이 변협의 형사고발에도 불구하고 무혐의 결정이 나왔던 이유도 이 행위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플랫폼은 변호사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 내에서 어떤 변호사를 선택할 것인지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선택한다. 따라서 플랫폼은 특정한 변호사와 결탁하는 브로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한 플랫폼은 브로커와 달리 사건수임을 전제로 사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변호사와 의뢰인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과금하는 광고비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러자 변협은 법률 플랫폼 가입을 막기 위하여 변호사 광고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변호사는 사건의 소개, 알선, 유인을 위하여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자에게 참여하면 안 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도대체 브로커 행동(소개, 알선, 유인)을 위하여 연결한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 광고규정의 의미 자체가 어색하고 논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변협은 광고규정 제정권을 토대로 밀어붙였고 이를 근거로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광고규정에 대하여 '변호사법과 같이 특정한 변호사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연결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빗대어보면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이어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축소 해석하였다. 그러면서 또 친절하게 '단순히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 만으로 직접 연결하는 행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부연 설명까지 하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변협이 새롭게 만든 이 '연결'이라는 개념을 변호사법 제34조에 규정된 '소개, 알선, 유인'과 동일하게 해석한 것이다.
법무부의 이번 결정도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 상에 있다. 법무부는 로톡은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고 명확히 결론지었다. 그 근거로는 플랫폼 내에서의 변호사 노출 순서가 무작위(랜덤)이고, 소비자가 변호사를 직접 확인하고 선택한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과금 방식에 있어 변호사와의 상담 과정에서 사후 수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들었다. 결국 지금까지 이루어진 법률 플랫폼에 대한 형사고발 무혐의 결정,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판단과 일관된 법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로써 법률 플랫폼에 대한 불법 브로커 논란은 끝이 났다. 법무부가 명확하게 판단하니 변협도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변협은 이후 유감이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더 이상 불법 알선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법률 플랫폼이 마녀의 이름표를 떼고 혁신의 옷을 다시 입은 순간이었다.
글/ 민명기 변호사(리걸테크 로앤굿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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