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구원자의 느낌" 20승·200K 달성한 페디의 '무기'
배중현 2023. 10. 12. 05:30
NC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가 KBO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페디는 "스위퍼(Sweeper)로 한국에서 성공을 이뤄냈다. 너무나 감사한 구종"이라고 말했다.
페디는 10일 창원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 6이닝 6탈삼진 무실점 쾌투로 시즌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했다. 앞선 두 번의 등판에서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천적' 한화(4승 평균자책점 1.42)를 제물로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KBO리그 역사상 '시즌 20승과 200탈삼진'을 정복한 선수는 페디가 역대 5번째. 1986년 선동열(당시 해태 타이거즈) 이후 37년 만이자 외국인 투수로는 사상 처음이다. 다니엘 리오스·더스틴 니퍼트를 비롯해 시즌 20승을 해낸 외국인 투수(역대 6명)는 있었지만, 모두 200탈삼진에는 미치지 못했다.
KBO리그에선 시즌 20승(역대 22명)보다 200탈삼진(역대 14명)을 달성하기 더 어렵다. 시즌 최대 30번 안팎의 선발 등판을 한다면 경기당 7개 정도의 탈삼진을 꾸준히 쌓아야 한다. 페디는 전반기 15경기에서 삼진 109개를 기록, 안우진(키움 히어로즈·130개)에 이은 2위였다. 안우진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9월 이후 탈삼진 1위를 탈환하더니 페이스를 끌어올려 200탈삼진마저 넘어섰다. 페디의 9이닝당 탈삼진은 9.91개로 안우진(9.80)과 웨스 벤자민(KT 위즈·8.80개)에 앞선 리그 1위다.
페디가 많은 삼진을 잡아낸 비결 중 하나는 '스위퍼'다. 변형 슬라이더의 일종인 스위퍼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의 주 무기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용 빈도가 점차 늘고 있다. 지난해 MLB에서 뛴 페디는 시즌이 끝난 뒤 미국 애리조나 야구 관련 종합 프로그램 시설 푸시 퍼포먼스(Push Performance)에서 몸을 만들었다. 여기서 흥미를느껴 장착한 신무기가 바로 스위퍼다. NC와 계약하며 태평양을 건넌 페디는 스위퍼를 KBO리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어느 정도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은 뒤 구종 비율을 늘렸다.
200탈삼진 기준 결정구 비중이 가장 큰 구종도 스위퍼다. 올해 페디가 스위퍼를 결정구로 던져 잡은 삼진이 91개로 절반에 이른다. 투심 패스트볼(56개) 체인지업(33개) 컷 패스트볼(20개)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홈플레이트 앞에서 좌우 움직임이 큰 스위퍼로 타자의 배트를 유인한다. A구단 전력분석원은 "페디의 피치 디자인을 보면 좌우로 찢는 성향이 크다. 상하의 무브먼트보다 좌우가 중요한데 스위퍼를 장착하면서 (좌우로 궤적이) 벌어지는 게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투심 패스트볼과 적절하게 섞어 스트라이크 상하좌우를 모두 활용한다.
페디는 "내게 스위퍼란 항상 기대할 수 있는 구종이다. 사람으로 봤을 때 구원자의 느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 구종을 쓸 거다. (결과가 이렇게 좋은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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