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다신 안가" 가이드에 욕설 들은 노인, 中SNS 난리 [영상]
" 부산 여행 중에 인삼 매장에서 가이드가 부추겨 일행 13명이 모두 3만7000대만달러(약 154만원)어치나 인삼을 샀습니다. 이어 방문한 간장 약(헛개나무 건강식품) 판매점에서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가이드가 제시한 목표치인 15병(약 112만원)을 샀습니다. 일행이 나가지 못하게 직원이 문을 막고 있기도 했습니다. "
" 여행 계약서에 쇼핑 의무가 없다고 명확히 쓰여 있는데, 가이드에게 쇼핑을 강요당했습니다. 가이드가 쇼핑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며 협박했습니다. 일흔 살 노인에게 험한 욕을 하다니, 다시는 한국에 안 갈 겁니다. "
처음 인용한 사례는 8월 20일 대만의 주요 방송사 TVBS가 부산을 다녀온 대만 여행객의 제보를 받아 보도한 내용이다. 다음 사례는 한국을 다녀간 중국인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9월 13일 중국 SNS ‘더우인(‘틱톡’의 중국 국내용 버전. 해외에선 볼 수 없음)’에 올린 내용으로, 중앙일보가 단독 입수했다. 한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 관광의 이미지도 상승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저가 덤핑 관광’의 부끄러운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국, 영원히 안녕이다”
방한 외국인이 쇼핑 강매로 갈등을 빚는 건, 솔직히 이례적인 사건이 아니다. 왜 그럴까. 외국인 덤핑 관광이 진행되는 방식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은 항공료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고 한국으로 패키지여행을 온다. 한국에 오면 서울·부산·제주 어디를 가든 무료 관광지 중심으로 주마간산식 여행을 하고, 쇼핑센터와 면세점을 수차례 방문한다. 여행사와 가이드는 면세점과 쇼핑센터가 고객 구매액에 따라 주는 수수료로 적자를 메운다. 여행 계약서에는 쇼핑 의무가 없다고 하지만, 가이드의 집요한 강요가 이어지는 이유다.
저가 덤핑 관광은 특히 중국 단체관광 사이에서 횡행한다. 국내 여행사 간 과열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적자를 보는 ‘마이너스 투어’ 정도가 아니라 중국 여행사에 여행객 1인당 웃돈을 주고 단체를 사오는 ‘인두세’까지 기승을 부렸다.
무료 관광지만 맴도는 유커
중국 단체관광은 8월 10일 재개됐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을 내린 지 6년 5개월 만이다. 국내 관광업계도 기대가 컸다.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란 보도가 잇달았고, 관광업계도 준비에 착수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9월 7일 중국인 전담 한국 여행사와 함께 결의 대회를 열기도 했다. ‘인두세 지급, 과열된 덤핑 경쟁, 마이너스 투어비, 쇼핑 강매’를 탈피하자는 취지였다.
관광통역안내사(가이드) C씨는 “중국 여행사가 이 가격에 상품을 판다는 건 이런 상품을 받아주는 한국 여행사가 많다는 뜻”이라며 “중국인 단체 관광은 이미 쇼핑으로 도배된 덤핑 상품이 판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은 나 몰라라… 홍보 이벤트만 열중하는 정부
문체부는 9월 ‘중국인의 K-관광을 전면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발표했다. 저가 관광 예방, 무자격 관광통역안내사 단속, 중국전담여행사 업무 실태 점검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현재 문체부는 덤핑 관광의 실태를 파악했을까. 문체부 박종택 관광정책국장은 “해당 영상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덤핑 관광에 대한 우려는 인식하고 있다”며 “불공정 관광을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신고센터 설립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관광 현장은 정부가 홍보용 이벤트에만 매달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길 주문한다. 관광통역안내사 C씨는 “중국인 덤핑 관광 단체는 자격증 없는 중국 교포가 안내를 맡고 한국인 관광통역안내사를 ‘시팅 가이드(Sitting Guide)’로 데리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며 “베트남 단체 관광도 베트남 불법 체류자를 가이드로 쓰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시팅 가이드는 이름 그대로 ‘앉아 있는’ 유자격 가이드를 말한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외국 단체 관광객은 반드시 자격증이 있는 관광통역안내사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이때 여행사가 쓰는 꼼수가 시팅 가이드다. 쇼핑 실적이 중요한 여행사는 쇼핑 유도 기술이 능한 현지인 가이드에 안내를 맡기고, 시팅 가이드를 단속 대비용으로 데리고만 다닌다. 드라이빙 가이드도 불법이 많다.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 외국인 개별여행객을 상대하는 ‘드라이빙 가이드’ 채용 공고가 속속 올라오는데, 개인 차량으로 가이드가 운전까지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다.
한양대 이훈 관광학부 교수는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중국 관광 시장의 문제를 정부가 정확히 파악하고 데이터도 확보해야 한다”며 “중국 소비자가 양질의 상품을 선택하도록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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