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사기관이 들여다본 1600만건…무분별한 통신조회 논란
검찰ㆍ경찰ㆍ국정원ㆍ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들여다본 통신기록이 무려 160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찰ㆍ경찰ㆍ국정원ㆍ공수처 등 수사기관이 2020~2022년 조회한 통신자료조회는 1486만 8192건, 통신사실확인자료 조회는 140만 4973건으로 나타났다. 개별 연도로는 2022년 480만여 건, 2021년 540만여 건, 2020년 590만여 건으로 한 해 평균 500만여 건의 전화번호 조회가 이뤄졌다.
통신자료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가입자 정보가 조회되고,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누구와 통화했는지 착ㆍ발신 통화내역까지 들여다보는 게 가능하다. 통신자료보다 더 민감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관할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일반적으로 ‘통신 영장’이라고 부른다. 당사자에게 사후통지 규정도 두고 있다.
통신자료조회는 제공 사실을 알릴 의무가 없어 이용자가 요청하지 않으면 조회당한 사실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통지를 의무화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마저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허가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 중 71% 명의자에게만 열람 사실을 통지했다. 이는 2021년 99.4%, 2020년 99.2% 통지율에서 현격히 줄어든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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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조회는 ‘사찰 의혹’으로도 번진 바 있다. 2021년에는 언론과 야당 정치인 등에 대한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빚어졌다.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은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관련해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민의 정보 자기결정권 및 통신 비밀 보장이 침해된다”며 통신자료 무단조회 최소화를 권고했으나, 지난 7월 감사원은 공수처가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국회에는 통신자료에 대해서도 통신 조회 통지를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 18건이 제출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통신사들이 통신자료 제공 사실을 사전·사후에 통지하지 않아도 되는 조항에 대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통신자료조회의 근거 조항이 내년부터 효력을 잃게 되지만, 국회 내 관련 논의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 이후 멈춰있는 상태다.
민 의원은 “시민의 기본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사회는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비슷한 종류의 침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사전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통신 조회가 가능하도록 하는 ‘사전적 규제조치’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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