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유니클로'…저커버그 옷장 속 회색 티셔츠 비밀
이탈리아 명품 브루넬로 쿠치넬리
■ 브랜드로 본 세계
「
올드머니룩(old money look)을 아시나요? 무채색의 단순한 디자인, 로고도 잘 안 보입니다. 그러나 최고급 원단에 정교한 바느질, 아는 사람들만 알아보는 억만장자 패션입니다. 저커버그가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는 회색티는 이탈리아산 최고급 코마면으로 만들었죠. ‘천상의 섬유’ 캐시미어 염소 털로 만든 스웨터는 ‘민짜’ 디자인 한 장에 200만원이 넘습니다.
」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016년 페이스북에 자신의 옷장을 소개했다. 왼쪽엔 열 벌 정도의 회색 면 티셔츠가 걸려있었는데, 언뜻 보면 평범해 보였다. 그러나 가격은 평범하지 않았다. 장당 300달러(약 40만원).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품으로 저커버그가 맞춤 제작한 옷이다. 기존 면사보다 부드럽고 짱짱한 이탈리아산 최고급 코마면으로 장인이 제작해 가격이 비싸다고 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저커버그뿐 아니라 고(故)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등 거부들이 수백 개씩 맞춰놓고 매일 입어 유명해졌다. 그래서 별명이 ‘부자들의 교복’ ‘억만장자의 유니클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원래 최상급 캐시미어 제품으로 이름이 높다. 기본 디자인 캐시미어 스웨터 한장이 200만원대고, 코트는 1000만원에 가깝다. 그래서 브랜드의 ‘로고’보다 제품의 ‘소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올드머니(집안 대대로 재산을 물려받은 부유층) 룩의 주요 브랜드로 꼽힌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도 애용한다. 캐시미어는 인도 카슈미르 지방과 티베트, 이란 등에서 기르는 염소 털로 만들어진다. 이 염소가 자라는 곳은 겨울 기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극한의 추위를 견딜 수 있는 털이니 따뜻하기 마련. 보온력이 양모(울)보다 최대 8배 뛰어나다고 한다.
캐시미어는 숄 제품으로 1000여 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에 전파됐고, 18세기 후반부터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동인도회사 군인들이 유럽으로 돌아갈 때 카슈미르 지역에서 캐시미어 숄을 사 왕족과 귀족에게 선물하면서 사교계의 패션 아이템이 됐다. 이 과정에서 카슈미르가 영어화되면서 캐시미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나폴레옹 1세(1769~1821년)가 인도에서 이집트로 흘러들어온 캐시미어 숄을 아내 조세핀 황후에게 선물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캐시미어가 초고가의 ‘부자 섬유’인 이유는 그만큼 생산량이 적기 때문이다. 캐시미어는 캐시미어 염소의 가슴 부위 속털만 사용한다. 캐시미어 염소 한 마리에서 캐시미어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속털은 250g 정도다. 통상 스웨터 한장에 4~6마리, 코트 하나에 30~40마리 털이 들어간다. 미국 천연자원보호협회에 따르면 순수 캐시미어 원모의 생산량은 연간 6500t에 불과하다. 양모 연간 생산량(194만9000t)의 0.3%에 불과하다.
캐시미어의 인기엔 환경 이슈도 숨어있다. 몽골·중국에서 캐시미어 염소 사육이 늘어나 세계 생산량 90%를 차지하게 됐다. 현재 몽골의 캐시미어 염소는 약 2700만 마리로, 몽골 인구(약 347만 명)의 8배나 된다. 문제는 캐시미어 염소가 양·말과는 달리 풀을 뿌리까지 캐 먹는다는 점. 캐시미어 염소의 이런 습성을 몽골의 푸른 초원이 황폐한 사막으로 바뀐 원인 중 하나로 꼽는 전문가도 있다. 어찌 보면 ‘봄의 불청객’ 황사의 원인 중 하나가 캐시미어의 인기라는 것이다. 게다가 캐시미어는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워낙 적다 보니 염소 다리와 뿔을 끈으로 묶은 뒤 날카로운 금속 빗으로 털을 사실상 마구 뜯어내는 경우가 많아 동물권 논란도 있다. 염소가 너무 많은 털을 잃고 추위에 약해져 얼어 죽는 일도 있다고 한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자사 제품에서 사용하는 원단은 동물 학대 논란과 관련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창업자 쿠치넬리는 매년 봄 캐시미어의 주요 산지인 몽골 고르히-테렐지 국립공원 등을 찾아 털이 어떻게 채취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본다고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설명한다. 나아가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캐시미어 의류야말로 친환경적인 패션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으로부터 얻은 천연 소재로 아주 잘 만들어진 고가의 제품이라 쉽게 버리지 않고, 오래 입어 지속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쿠치넬리는 “여러분이 몇 번이고 계속 입으면서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옷을 만들겠다. 저희 캐시미어 의류가 좋은 책처럼 시대를 초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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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C가 두개잖아, 샤넬 치워요” 다이애나의 슬픈 ‘디올 사랑’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1547
② 루이비통 넷째 아들의 투자…양식 다이아로 후계 노린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5244
③ 손목에 강남 아파트 한채 값…탁신·손흥민 찬 명품 끝판왕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7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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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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