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개의 전선' 경계하나…이스라엘·한반도 핵항모 동시 입항
미국 백악관이 연일 확장 억제를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발생한 중동 전선(戰線)에 이어 추가 안보 부담을 우려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 정가에선 유럽과 중동에 이은 ‘세번째 전선’이 동아시아에 그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는 중국과 북한이 위치한 한반도 주변이 꼽힌다.
核항모, 이스라엘·한반도 나란히 전개
국방부는 지난 10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76·2003년 투입) 등 제5항모 강습단이 12~16일 부산항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핵항모의 방한은 지난 3월 니미츠함 이후 7개월만으로, 레이건함은 지난해 9월에도 방한한 적이 있다.
레이건함의 방한은 지난 4월 워싱턴선언을 통해 한·미 양국이 합의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 증진” 항목에 따른 조치다. 최강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보내 북한의 도발 의지를 원천적으로 꺾기 위한 억제력의 극대화 방안이다.
미국이 핵항모를 전개하는 곳은 또 있다. 지상군 투입 등 사실상의 전면전 양상으로 전개되는 이스라엘이다.
미국은 지난 7일 하마스 침공 직후 이스라엘로 제럴드 포드함(CVN-78·2017년 투입)을 전개하기로 했다. 2세대 레이건함보다 최신인 3세대 항모로 미국이 쓸 수 있는 최강의 전략 무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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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동 이어 경고등 켜진 ‘한반도’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에 핵항모를 동시에 전개하는 배경은 미국이 이미 사실상 ‘두개의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혹시 모를 북한과 중국의 오판을 막기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모든 긴장 악화 시나리오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며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잠재적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전략자산 전개의 배경에 대해선 “하마스 때문이 아니라 전쟁 확대를 모색할 수 있는 국가·비국가 행위자들에 분명한 억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유럽, 인도ㆍ태평양 동맹국, 이스라엘 지원을 효과적으로 할 자원과 도구,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이 유럽과 중동에 이은 위험 지역으로 인태 동맹국 즉 한반도 주변을 꼽고 있다는 의미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들 지역에 대해 “필요시 추가 자산을 보낼 준비가 돼 있고, 우리의 임무는 모든 전구(戰區)에서 한꺼번에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反서방 4각 구도 ‘와일드카드’는 북한”
이러한 인식은 미국 외교가의 공통된 견해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 조셉 보스코 전 미 국방부 중국 담당 국장은 ‘더힐’ 기고문에서 “세계는 4막으로 된 문명사 비극의 두번째 단계를 지나고 있다”며 “1막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막인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에 이어 중국이나 북한발 반서방 캠페인인 3막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스코 전 국장은 북·중이 주도할 다음 위협에 대해 “조직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정세를 활용한) 기회주의적이 될 수도 있다”며 “특히 미군은 (대만에 대한)중국의 군사행동 시기를 수십년에서 5~6년으로, 이제 2년 미만으로 계속 단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이 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지상군 파병에 반대했다”며 “그러나 중국이 대만을 침공했을 때도 세계대전의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없다고 보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보 공약의 시험 무대는 (중동에서의) 압도적 대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선 “김정은이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동맹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한·일의 영토 및 자산에 도발적 행동을 가할 수 있다”며 “특히 북한은 비극의 4막인 러시아·이란·중국·북한의 ‘반서방 4각 구도’ 중 가장 거친 와일드카드”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에게 약점을 조금이라도 보일 경우 모험주의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中 아시안게임 종료…北, 군사위성 플러스 ‘알파’?
북한은 지난달 12일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중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선 북한이 중국이 개최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까지 도발을 자제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통화에서 “북한은 중국의 국제 행사 기간엔 도발을 자제해왔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종료를 기다려왔을 수 있다”며 “10월 군사위성 발사를 예고한 것에 더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도발 수위를 크게 높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현시점에 부산에 핵항모 전단을 배치한 것은 북한의 도를 넘는 도발로 한반도에 세번째 전선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도발 방식에 대해 일각에선 국지전 가능성을 제기한다. 또는 전략핵의 양산을 의미하는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예상하는 관측도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달 26~2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기 발전을 고도화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채택했는데, 이에 대해선 지난해 핵무력을 법제화한 데 이어 1년만에 이를 헌법에 포함시켜 전략핵 양산 목표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시아는 美 국민여론의 ‘2순위’
미국의 동시 방어라인이 아시아로까지 확산될 경우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민의 여론을 의식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지난달 7~18일 미국인 3242명을 대상으로 유럽과 중동, 동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안보가 미국과 동맹국에 이익이 되는지 조사했는데, 유럽의 경우 미국과 양쪽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 비율이 64%로 가장 높았고, 동아시아가 61%, 중동은 54%로 나타났다.
반면 동맹국에만 도움이 된다거나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안 된다는 응답은 중동이 43%로 가장 높았고, 동아시아가 36%, 유럽은 34%로 집계됐다. 미국인들은 세 곳 가운데 동아시아 안보를 2순위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철균 글로벌국방연구포럼 안보전략센터장은 “미군은 여러 작전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만약 유럽ㆍ중동ㆍ아시아에서 동시에 전선이 형성될 경우 우선순위를 고려할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미국의 전통적 안보 우선지역이던 ‘오일파워’의 중동보다 갈수록 아시아가 강세를 보이는 반도체 등 ‘칩 파워’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미국 여론이 한국에 대한 안보의 우선순위를 미루기가 쉽지 않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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