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패배 순간, 김기현 없었다…"비대위로 총선" 거세질 듯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개표가 한창인 11일 밤, 강서구 한 빌딩에 마련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선거사무실은 적막만 가득했다. 오후 9시쯤 모습을 드러낸 김 후보는 몇몇 지지자와 대화한 뒤 다시 모습을 감췄고, 캠프에 모인 30여명도 개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오후 10시 30분 이후 하나둘씩 사라졌다. 김 후보는 패배가 확실시된 11시 40분 상황실로 돌아와 “저를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저의 재개발 약속을 믿고 성원해주신 강서구민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승복 메시지를 냈다.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당 3역은 선거사무실에 아예 오지 않았다. 주요 당직자 중에는 이철규 사무총장과 김가람 최고위원만 보였다.
김기현 대표 등은 개별적으로 개표결과를 접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구청장 보궐선거인데 지도부가 함께 개표결과를 볼 일이 있겠나. 오히려 국정감사 준비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완패를 예감한 지도부가 카메라 앞에 나서길 꺼렸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 후보가 완패하면서 김기현 지도부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이자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선거에서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안철수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사가 대거 선대위에 투입됐는데도 완패했다는 점이 김기현 지도부에겐 뼈아플 것”이라고 했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친윤 성향의 국민의힘 의원은 “김기현 간판의 한계가 확인되지 않았나. 이런 결과에도 지도부를 교체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선거 패배에도 민심을 읽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크게 느낄 것”이라며 “빨리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민주당보다 우리가 먼저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도 쇄신 차원에서 지도부 교체 기류에 호응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거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선거 완패를 예사롭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세울 인사가 있긴 하느냐”는 ‘인물 부재론’도 존재한다. 현 지도부가 물러나더라도 비대위를 구성할 참신한 인물이 부족하다는 반론이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김기현 체제의 대안이 현재로선 없는 게 현실”이라며 “게다가 일개 구청장 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물러나면 여권 전체가 흔들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비윤계 일각에서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고 있지만, 주도권 싸움 성격이 짙다는 시각이다.
특히 김기현 지도부에 책임을 물을 경우, 김태우 후보를 특별사면해 재도전의 길을 터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를 바꿔야 한다면,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론 역시 비등할 수 있다는 점도 윤 대통령의 고민이 될 수 있다.
이에 김기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내년 총선 준비를 서두를 수 있다는 방법이 대안으로 꼽힌다. 익명을 원한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 패배로 수도권 위기론이 확인된 만큼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한 총선기획단을 조기에 발족할 것”이라며 “영입인재를 전진배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기 총선모드로 전환해 긴박감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수도권 차출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원 한 의원은 “마침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했으니, 영남권 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을 수도권 험지에 차출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지도부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쇄신을 외쳐도 유권자 눈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충격 요법을 쓰지 않고는 내년 총선에서 비슷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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