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 참패 전화위복 될까…정부여당 쇄신 '주목'
"예방주사 삼아야" 쇄신론 불붙나
與, 비공개회의서 수습책 논의할 듯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강서구가 험지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7.15%p의 큰 격차가 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결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2일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서구민 여러분의 엄중한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실 이번 보궐은 처음부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김태우 전 구청장의 유죄로 실시되는 보궐에 당사자인 김태우 후보를 다시 내보낸다는 것부터 명분을 만들기 어려웠다. 실제 선거 기간 내내 재출마 문제 해명을 하느라 발목을 잡혔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논란 등 중앙 현안도 격차를 벌리는 악재로 작용했다.
패배를 예감한 듯 이날 김 후보 캠프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는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철규 사무총장과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 정도가 자리했을 뿐이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투표가 진행 중이던 이날 오후 일찌감치 지도부의 개표 상황실 방문을 공지하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강서구에 2030 세대의 비율이 높은데, 인사 청문회나 이념 논쟁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해 동의를 못 얻었다는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보인다"며 "국정운영 주도권을 가진 여당의 프리미엄이 제대로 활용이 안 됐다는 점은 분명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강서구가 재개발·재건축 이슈가 큰 지역임에도 득표율 격차가 많이 났다는 점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서울은 국민의힘이 '해볼 만하다', '무난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기류가 있는데 거기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기현 대표 책임론과 비대위까지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썬 크지 않다. 민심의 변화 원인이 오롯이 김 대표에 있다기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더 관계가 깊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이번 선거 참패가 국정운영 쇄신으로 이어진다면, 내년 총선에서는 전화위복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승환 국민의힘 서울 중랑을 당협위원장은 "4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문에 나라가 양분됐고, 문재인 정권의 무리한 선거법 개정 강행, 코로나 확산과 중국인 입국 등으로 확실한 심판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며 "그런데 마지막에 K방역이 부상하고 재난지원금까지 나오면서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선거에서 6개월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고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강서구청장 선거는 강서 선거이고 서울지역 총선 전체로 확대해 해석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서울지역) 49개 국회의원 선거 중 3개일 뿐 총선에 영향이 있다는 분석은 민주당의 희망"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12일 오전 비공개회의를 열고 이번 보궐 선거 패인 분석 및 수습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고 심기일전을 당부하는 동시에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 "어려운 험지였기에 선거운동을 하기가 더더욱 힘들었을 터인데도 이에 굴하지 않고 열정을 쏟아 주신 것이기에 의미가 더욱 컸다"며 "의원 여러분의 헌신적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그 뜨거운 애당심이 우리 당의 내년 총선 압승과 여러 의원님들의 정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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