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에 다짜고짜 시나리오 건넸던 지망생 ‘천박사’로 우뚝

최예슬 2023. 10. 12.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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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출부로 일하기 시작해서 딱 10년 만에 제 작품이 나왔어요. 영화에서 천박사(강동원)가 '10년을 쫓다가 드디어 (악귀의) 꼬리를 잡았다'고 한 것처럼 제 10년도 비슷했죠."

연출을 맡은 김성식 감독을 영화 개봉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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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승자 김성식 감독 인터뷰
10년 만에 스크린 데뷔 감격
“속편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을 연출한 김성식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영화 연출부로 일하기 시작해서 딱 10년 만에 제 작품이 나왔어요. 영화에서 천박사(강동원)가 ‘10년을 쫓다가 드디어 (악귀의) 꼬리를 잡았다’고 한 것처럼 제 10년도 비슷했죠.”

지난 추석 연휴 기간 ‘1947 보스톤’ ‘거미집’ 등 경쟁작을 제치고 승자로 올라선 영화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었다. 연출을 맡은 김성식 감독을 영화 개봉 하루 전인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스크린 데뷔만으로도 벅차 하는 모습이었다.

원래 그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며 잠깐 감독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다 영화의 매력을 알게 되면서 영역이 확장됐다. 그는 “‘살인의 추억’을 보면서 ‘범인을 잡지 않는데도 이렇게 재밌게 만들 수 있구나’하며 놀랐다. ‘박쥐’에선 멜로, 스릴러, 드라마적의 재미를 한번에 느꼈다”며 “영화는 복합 장르라고 생각하게 됐고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막막했다. 지식도 없고 인맥이나 경험도 없었다. 당시 만화책 ‘설국열차’를 보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다. 마침 봉준호 감독이 서울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행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향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그는 행사장 앞에서 봉 감독을 기다렸다가 다짜고짜 시나리오를 건넸다. 그러면서 “감독님의 연출부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해야겠다는 절박함이 그만큼 강했다.

한두 달 뒤 ‘설국열차’ 연출팀에서 연락이 왔다. 대신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결국 함께하지 못했다. “나중에 ‘해무’ 연출부로 들어갔는데 봉 감독님이 제작자였어요.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그 뒤 ‘기생충’ 조감독도 하게 됐고요. 데뷔까지 오게 됐어요.”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에서 만났다. 조감독으로 함께 일했다. 한국 영화의 두 거장과 합을 맞춰본 김 감독은 봉 감독에게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디테일을, 박 감독에게서 영화와 배우를 대하는 자세를 배웠다고 했다.

‘천박사’는 제작사인 외유내강에서 제안을 받아 연출하게 됐다. 김 감독은 “내가 애니메이션 감독 출신이다 보니 ‘빙의’라는 소재를 시각적으로 잘 구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짐작했다.

그는 가족 모두가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만화를 보는 것처럼 판타지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이야기에도 욕심을 냈다. 김 감독은 “어릴 때 아버지랑 ‘강시’,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며 “아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천박사’의 속편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이미 속편에서 할 이야기도 생각해놨다. 김 감독은 “설경의 세계로 들어가 활극을 펼치고 모험을 할 수 있는 판타지적 세계관을 표현하고 싶다”며 웃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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