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미래가 있어 청춘이다
후회 없는 삶의 욕구가 빚어낸
트렌드 '욜로' 확산… 과소비
부추기는 현상은 우려스러워
부자들의 삶 흉내 내며 만족감
얻고자 하지만 절제된 소비와
미래 위한 투자엔 게을리하는
젊은이들 적지 않은 게 현실
지식 기반 사회에 살고 있는
만큼 아이디어·의지만 있으면
더 많은 기회를 마주하는 환경
절망과 나약함에서 벗어나길
벌써 서점에는 내년의 트렌드를 소개하는 서적들이 쏟아져 나온다. 마케팅 관련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시장의 추이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서 매력적인 신조어로 포장한 후 트렌드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트렌드는 새로운 소비를 견인하면서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며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물론 끊임없이 트렌드를 읽어내고 시회의 변화에 적응하는 노력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하겠지만, 마케팅 용어에 휘둘려 부적절한 소비 행태를 합리화하는 어리석음은 경계해야 한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후회 없는 삶에 대한 욕구가 빚어낸 트렌드인 ‘욜로’는 더 이상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젊은 세대의 삶과 소비 행태를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 하지만 매 순간 충실한 삶을 강조하는 욜로는 의미가 변질돼 젊은이들에게 과소비를 부추기고 더 나아가 일부 젊은이의 과소비를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욜로의 확산과 SNS의 성장이 맞물리면서 보여주기식 삶을 사는 젊은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지는 SNS 인플루언서들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때로는 그들의 삶을 흉내 내면서 만족감을 얻는다. 유명 휴양지나 레스토랑에 가보면 함께하는 이들과 그 시간을 즐기기보다는 그 공간에 위치한 자신을 사진에 담아서 SNS에 올리고 팔로어들의 반응을 즐기는 젊은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사진 속의 자신이 고급 자동차를 몰거나 명품 시계, 핸드백, 옷 등을 걸치고 있다면 팔로어들의 더 큰 관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신은 마음을, 사람은 겉모습을 본다고 하지만 최근 일부 젊은이를 카푸어, 백푸어, 트래블푸어로 몰아가는 지나친 과소비 현상은 우려스럽다.
미래를 위해 현재에 만들어낸 가치를 투자할 것인지, 현재를 위해 미래에 만들어낼 가치까지도 끌어와 쓸 것인지는 온전히 개인의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이 사회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단지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다. 20·3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으며,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의 30%에 육박하는 23만여명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 20·30대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0% 증가한 2만5000여건이다.
부자들의 삶을 흉내 내며 만족감을 얻고자 하지만, 절제된 소비와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부자가 되고자 하는 노력은 게을리하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 더 나아가 부자들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그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의 부자는 기회주의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통해 부적절하게 부를 축적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부자들이 만들어놓은 불합리한 사회의 구조 때문에 더 이상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반세기 동안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결과가 과정을 포장하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왜곡된 문화가 만들어낸 현실이다.
끼니를 걱정하던 시대를 살아온 우리는 궁핍하지 않은 삶을 꿈꾸었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그 꿈을 이루었다. 지난 어느 시절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한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궁핍했던 지난 시절을 그리워하며 절망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궁핍했지만 누구나 꿈을 꿀 수 있었고,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많은 이들은 지난 시절을 회상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희미한 기억은 지나치게 미화되고, 우리는 답답한 현실로부터 미화된 과거로 도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시절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소수에게만 주어졌으며, 대부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운명이라 여기며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각종 매체를 통해 대부분의 지식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지면서 지식은 대중화되고 평준화됐다. 그리고 우리는 자본과 노동력이 아닌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 자원인 지식 기반 사회를 살고 있다.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으면 더 많은 기회와 마주할 수 있는 환경이다. 대책 없는 공허한 위로로 젊은이들을 나약하게 만들지 말자.
박희준(연세대 교수·산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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