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 험지 출마 불붙인 하태경… 영남권 중진들 좌불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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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에서 3선을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뒤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인 하 의원은 영남권 중진들에게 미칠 파장에 관해선 "개인 결단의 영역이고, 몸담은 지역구를 계속 지켜야 한다는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결국 총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건 우리 당이 영남당이 아니라 수도권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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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민주당 의석 한 자리 뺏는 곳”
홍준표 “제 살길 찾기” 평가절하
부산 해운대에서 3선을 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수도권 출마’를 선언한 뒤 당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하 의원의 결단을 계기로 보수당 텃밭 영남권의 중진들이 ‘험지 출마론’이라는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하 의원이 쏘아 올린 신호탄이 찻잔 속 태풍이 될지, 아니면 돌풍을 일으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하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에 전략공천 같은 특혜를 요구하지 않겠다. 경선을 하라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험지 출마를 빌미로 당 지도부에 ‘선물’을 바라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 의원은 “곳곳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며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한 자리 뺏어오는 곳에 출마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있는 마포을 이야기도 나오던데 그런 의견까지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경기도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인 하 의원은 영남권 중진들에게 미칠 파장에 관해선 “개인 결단의 영역이고, 몸담은 지역구를 계속 지켜야 한다는 입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결국 총선 승리를 위해 중요한 건 우리 당이 영남당이 아니라 수도권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환영하는 메시지를 냈다. 김기현 대표는 지난 8일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에 “살신성인의 정신”이라며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9일 SBS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다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CBS라디오에서 “제2, 제3의 하태경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 내부는 영남권 중진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기류가 은연중에 만들어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하 의원처럼 전국적 인지도가 있다면 수도권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지역 기반이 강한 다른 중진들에게는 오히려 마이너스일 수 있다”며 “수도권 선거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공정하고 합당한 기준을 마련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하 의원이 개인 정치인으로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은 맞는다”면서도 “본인의 공천 가능성이 낮아서 한 선택을 ‘선당후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영남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불똥이 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비영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영남을 제외하면 사실상 다 험지”라며 “중진이라고 무조건 수도권으로 나가라는 건 의석을 민주당에 헌납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개 설전도 벌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8일 하 의원을 겨냥해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하 의원은 11일 SBS라디오에서 “당이 죽든 말든 나만 살자고 선택한 길이 분명 아니다”고 반박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9일 페이스북에서 홍 시장이 21대 총선 때 대구 수성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것을 겨냥해 “수도권에 도전할 엄두를 못 내다가 결국 영남에 무소속 출마한 것보다 (하 의원의 도전이) 백배는 낫지 않나”라며 “왜 사감을 앞세워 깎아내릴 생각만 하느냐”고 비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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