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옥의 컬처 아이] 막 도착한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

손영옥 2023. 10. 1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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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지난달 하순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주최한 장애예술 국제심포지엄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룬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는 우리 시대 이슈의 최전선에 있는 것이다.

아르코미술관이 국내외 장애예술인의 창작 환경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한 라운드테이블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장애예술 미학을 다루려고 여는 국제심포지엄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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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가 지난달 하순 국립중앙박물관과 공동 주최한 장애예술 국제심포지엄 ‘포용적 사회, 새로운 물결’이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이 심포지엄의 총괄기획자로서 ‘성공적’이라는 낯 뜨거운 표현을 쓴 것은 국립중앙박물관 400석 대강당이 예상 이상으로 가득 차는 등 어떤 열기를 감지해서다. 장애예술 주제의 국제 행사가 이렇게 넓은 행사장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었다.

심포지엄 개최 장소가 한국 최대의 국립 문화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점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심포지엄이 내건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 ‘포용적 사회(Inclusive Society)’가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가치임을 선언하는 의미가 있다.

포용적 예술은 영국에서 2006년 무렵부터 생겨나 유럽으로 확산되는 개념인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을 없애고 모두 함께하는 예술이다. 이를테면 영국의 캔두코댄스컴퍼니는 장애무용수와 비장애무용수로 구성돼 있다. 포용과 어울림이 예술 영역에서 만들어내는 혁신이 사회 전반적으로 흘러넘쳐야 한다는 취지로 이 심포지엄은 기획됐다. 당일 현장에서는 연사들의 발표 내용을 노트북으로 받아치며 경청하는 이들도 눈에 띄어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는 ‘막 도착한 미래’라는 확신이 들었다.

소수자로서 장애인을 향한 문화예술계의 관심은 올해 들어 하나의 현상이 됐다. 전시나 공연을 넘어 세미나나 심포지엄, 포럼, 라운드테이블 등 공론장 성격의 행사가 곳곳에서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7월 문화접근성 향상 세미나를 개최했고, 리움미술관은 지난달 장애 문제를 신체의 위계가 아닌 감각의 차이로 인식하자며 ‘경험으로서의 미술관’ 포럼을 열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국제박물관협회(ICOM·아이콤) 산하 과학기술박물관위원회와 공동으로 ‘박물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는 국제학술대회를 이달 23∼25일 연다.

한국의 박물관·미술관에서 연대라도 한 것처럼 일어나는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아이콤 총회에서 박물관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가 승인된 영향이 크다. 총회는 박물관이 ‘유무형 유산을 연구·수집·보존·해석 전시해 사회에 봉사하는 비영리, 영구기관’이라는 기존 정의에 더해 ‘모두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쉽고 포용적이어서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는 대목을 추가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장애예술을 내세운 전시와 공연이 넘쳐나고 있다. 장애예술인들의 목소리는 한발 더 나아간다. ‘배리어 프리’를 통한 문화 향유의 기회 확장을 넘어 문화 창조자로서의 동등한 기회와 권리를 주장한다. 장애인만을 위한 ‘따로 행사’가 아니라 ‘비장애인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목소리다. 온정적 관점, 복지적 관점이 아닌 미학적 관점에서 봐 달라는 목소리다. 국민일보가 마련한 국제심포지엄에 발표자로 나온 변호사 출신 장애 무용수 김원영씨가 “비평가들이여, 내 춤이 구리다면 구리다고 말해 달라”고 직설적으로 밝힌 대목이 그렇다.

예술 앞에서 특별대우를 받고 싶지 않다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사회 전반의 인식 수준보다 앞서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룬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는 우리 시대 이슈의 최전선에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는 11월에 열리는 두 개 행사가 흥미롭다. 아르코미술관이 국내외 장애예술인의 창작 환경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한 라운드테이블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장애예술 미학을 다루려고 여는 국제심포지엄이 그것이다. 장애예술을 복지·시혜적 시선이 아니라 미학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여러 담론이 형성되는 공론장이 되기를 바란다. 바야흐로 포용적 예술, 포용적 사회의 시대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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