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예감한 민주, 개표 전부터 축제 분위기... "총선까지 이대로"
[류승연 기자]
▲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목걸이를 걸고 기뻐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논란의 여지 없는 '압승'이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진교훈 당선인 이야기다.
그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서울 강서구 양천향교역 부근에 차려진 진 당선인의 선거 캠프 분위기는 총선이나 대선 승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진 당선인 역시 이번 선거 결과를 가리켜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 의미 부여해왔던 '정권 심판론'의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가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의 승리로 해석되지 않도록 선을 긋는 모양새다. 오히려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며 한층 더 자세를 낮췄다.
▲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홍익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하지만 오후 11시 30분, 당선이 확실시 되자 캠프에 재등장한 그는 치아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진 당선인은 목에 꽃 목걸이를 걸고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번쩍 들어보였다. 그의 뒤로는 '새로운 강서로 보답드리겠습니다! 안전·안심·민생 구청장 진교훈'이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진 당선인은 "새로운 강서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저 진교훈을 선택해 주신 것에 먼저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입을 뗐다. 이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저를 지원하기 위해 강서구를 찾아주셨던 민주당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당선이 확정되는 즉시 오직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 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 구정을 정상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낮은 자세로 구민들을 섬기는 구청장이 되겠다"며 "구민들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이고 구민들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진짜 일꾼이 되겠다, 성원해 주셨던 많은 분들께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사심 없이, 반칙 없이 일하겠다"며 말을 맺었다.
민주당이 진 당선인의 승리를 확정지은 시점은 오후 11시 30분께였지만 이날 진교훈 당선인의 선거 사무소는 개표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이미 열기로 가득했다. 사무소가 꾸려진 건물 냉방이 오후 6시를 기점으로 끊어진 탓만도 아니었다. 강서구 지역 당직자들은 이날 오후 이른 시간부터 10평 남짓한 선거 사무소를 지키며 캠프에 온기를 보탰다.
오후 7시 30분을 넘기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포함한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캠프에 속속 얼굴을 드러내자 캠프 내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이들은 활짝 웃는 얼굴로 지역 당직자들과 일일이 악수했고 서로 부둥켜 안으며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민주당 승리 아냐"... '겸손' 강조한 당 지도부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보궐선거에서의 압승이 민주당의 승리로 읽히지 않도록 되레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이날 당 지도부가 내놓은 발언에는 "겸손"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보궐 선거 승리가 내년 4월 총선 승리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겸허함'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승리를 확정지은 직후인 11시 45분께 서면브리핑을 통해 "오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이자 민생파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고 해석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무능과 불통, 독선으로 얼룩진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질책이었다"면서 "추락하는 민생과 경제에도 조금의 반성도 없이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신 국민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의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오만과 독선, 불통의 국정운영을 버리고 국정기조 대전환,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 쇄신에 나서기 바란다"면서도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욱 겸손하고 치열한 자세로 민생을 챙기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서영교 최고위원 역시 이날 선거캠프를 떠나면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판, 김태우 후보가 다른 후보보다 하자가 많아 투표율이 높았던 것 같다"며 "이제 강서구민이 만들어주신 판이니까 더 겸손하게, 더 확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캠프 인근에서 민주당 지도부를 기다리던 지지자들과 만나 '와이리 좋노'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그는 "오늘 시민들과 함께 기쁜 소식을 즐기기 위해 소품도 준비해왔는데 당 대표께서 축제 분위기로 가지 말자고 했다"며 "(이번 선거는) 국민의 승리고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지 민주당의 승리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또 "진교훈 후보를 통해 (시민들이) 정치 효능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6개월 후 있을 총선에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앞서 진 당선인의 당선이 확실시 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면서도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기사 : 두 자릿수 격차 압승... 이재명 "민주당 아니라 국민 승리" https://omn.kr/25y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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