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시선 버리고 평화만 바라며 기도하자”

최기영,손동준,조승현 2023. 10. 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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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충돌… 중동 전문가 조언
“한국 기독교, 유대교와 밀접하단
이유로 ‘이’ 맹목적 지지 안돼
분별력 갖고 신중히 바라봐야”
1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을 피해 피란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발생한 사상자가 연일 증가하면서 ‘신(新) 중동전쟁’으로의 확전 우려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전 세계 크리스천들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을 바라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하고 있지만 동시에 편향된 시선과 호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초교파 단체들을 중심으로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리스트로 단정하며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단체는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의 사악한 행동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신속하고 명확히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을 위한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이스라엘에서 생활하며 종교·역사·지정학적 배경과 문화를 경험한 전문가들은 크리스천들이 현재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인도주의적 행위에 시선을 둘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소망하며 기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스라엘 히브리대에서 유학하며 1991년 걸프 전쟁, 2002년 폭탄 테러를 직접 경험한 권성달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1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간접적으로 전달되는 상황만 보고 어느 한쪽을 테러리스트로 접근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며 “분별력을 갖고 신중하게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2002년 히브리대 폭탄 테러 당시 화상을 입고 한 달가량 의식불명 상태를 겪었던 권 교수는 “당시 폭탄 테러의 출발점은 2000년 9월부터로 볼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보수 야당이었던 리쿠드당의 당수 아리엘 샤론이 군인 수백 명의 경호를 받으며 성전산 구역을 의도적으로 방문했고, 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극도로 자극을 받았다”며 “결국 이 사건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제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투쟁)를 일으키는 도화선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에서 중동학을 전공한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도 “아주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분쟁이 격화됐다”며 “한국의 기독교 사회가 유대교와 밀접하다는 이유로 이스라엘만 맹목적으로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들은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될 수 있도록, 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화가 찾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집권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동안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 등으로 인해 양측의 갈등을 고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재집권 과정에서 힘을 실어준 극우파와 협력해 팔레스타인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에 강제 합병시키겠다고 밝히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자극했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 국제평화운동 네트워크 '카이로스'의 니달 아부 줄루프 위원.


팔레스타인 크리스천 국제평화운동 네트워크 카이로스의 위원인 니달 아부 줄루프는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현지 상황을 소개하며 한국교회를 향한 당부를 전했다. 그는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으로 4000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전기공급망 주택 공공건물 등이 파괴됐다”며 “가자지구에 대한 완전 폐쇄 조치로 음식 연료 의약품 등 어떤 물품도 들어올 수 없다”고 밝혔다.

2017년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PCBS) 인구 조사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내 기독교인은 약 4만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한다.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서안지구에 거주하고 있어서 지난 9일(현지시간) 벌어진 가자지구 공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는 않았지만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줄루프 위원은 “양측이 폭력의 악순환을 중단하고 이스라엘은 점령 국가로서 가자지구에 긴급 구호품과 연료 등이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한국교회 성도들이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기원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행동하길 원한다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을 끝내도록 촉구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팔 분쟁 상황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메시아닉 유대인의 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피스메이커로서 중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시아닉 유대인은 주류 유대인 사회에서도 핍박을 받고 있으며 팔레스타인에겐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대립 관계 속에 있다.

최기영 손동준 조승현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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