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초반부터 '더블스코어' 환호한 野…이재명호 더 세진다

위문희, 김정재 2023. 10. 12.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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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전초전’으로 불렸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6·1 지방선거로 이어져 온 연패의 사슬을 끊는 데 성공했다. ‘윤석열 정부 심판론’을 전면에 내걸고 치른 보궐선거에서 이긴만큼 민주당은 향후 정기국회는 물론 내년 총선까지 대정부 투쟁의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일인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 캠프사무실에서 진 후보와 당직자들이 TV 개표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개표 초반부터 진교훈 민주당 후보가 일찌감치 더블스코어로 앞서가자, 서울 강서구 마곡동 진교훈 후보 캠프 사무실에는 잇따라 환호성이 들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나타나 “고생 많으셨다”며 캠프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캠프 사무실엔 박수 소리와 함께 “진교훈 파이팅, 강서구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민주당 파이팅” 같은 구호도 터져 나왔다. 진 후보는 개표가 70%가량 진행된 오후 11시30분쯤 캠프에 모습을 드러내 “이번 선거가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 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의 구정을 정상화시키다”는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자택에서 개표 결과를 전해들은 이 대표도 뒤이어 SNS를 통해 “더 겸허히 민심을 받들겠다”며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는 메시지를 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며 “오로지 국리민복만을 위해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복원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총선 전 정국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던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이재명 체제’도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9일 단식 회복치료 중이던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강서구청장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섰다.

지난달 21일만 해도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던 이 대표는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보궐선거 압승으로 입지가 탄탄해졌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당 관계자는 “구속영장 기각으로 내부 분열이 잠잠해졌고, 보궐선거에서까지 승리하면서 안팎에서 리더십이 확고해졌다”고 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 승리로 정국 주도권을 가져온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정기국회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총공세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원내 관계자는 “10월 한 달간 국정감사가 이어지고 11월로 넘어가면 양평 고속도로 국정조사 등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35년 만에 대법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킨 민주당은 11월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개정안 처리도 예고한 상태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일인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동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 캠프사무실에서 진 후보와 당직자들이 TV 개표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승부처로 꼽는 건 총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는 12월 국회다. 민주당은 12월 2일이 법정처리 시한인 정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원상복구 등 정면 대결을 예고한 상태다. 앞서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12월 말쯤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진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협치를 거부하고 일방독주로 흐를 경우 민주당은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사용할 것”이라며 “어떤 정치적 상황을 만들어갈 것인지는 대통령의 몫”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이번 선거 승리 이후 당이 강경 일변도로 흘러갈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여당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경고를 한 것”이라며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이겼다고 체포동의안 가결파를 색출하고 한동훈 장관을 탄핵하겠다고 하는 순간 총선은 망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정치권 인사도 "중도층 사이엔 이 대표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도 많은 만큼 이번 승리로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해 진 것이 장기적으로는 당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위문희ㆍ김정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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