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한·일 관계 롱런하려면

김현기 2023. 10. 1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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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투명한 기시다 총리 롱런 여부
복합골절 치료 1단계에 안도말고
글로벌 공동대응 2단계 서둘러야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1 지난 8월 23일 저녁 황궁이 내려다보이는 도쿄 마루노우치 팔레스호텔 6층의 프랑스 음식점 '에스테르'.

아베파의 원로 모리 요시로(86) 전 총리는 마주 앉은 기시다 총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음. 다카기 국회대책위원장은 잘하고 있고, 하기우다(자민당 정조회장)와 니시무라(경제산업성 대신)는 어느 한쪽이 앞장섰다는 느낌이 안 들게 해주고, 각료는 그대로 네 자리 이상 주는 선에서 합시다."

동석자 측근이 전한 이야기다.

며칠 후 발표된 개각 결과는 이것과 100% 일치했다.

지난 5월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아베파(정식 명칭은 세이와정책연구회)의 파벌 파티석장에서 모리 요시로 전 총리(왼쪽)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나란히 앉아 있다. 교도=연합뉴스


기시다는 아베파 신임 회장 자리를 넘보는 하기우다 등 5인방을 모리 전 총리를 통해 제압했다.

5인방은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의 '아베파 후보'로 사전에 찜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아베파의 인사 및 운영은 모리 전 총리의 몫임을 파벌 내외에 각인시켰다.

그렇게 기시다는 100명의 소속 의원을 자랑하는 제1파벌 아베파를 무력화했다.

제2 파벌 아소파(55명)와 제3 파벌 모테기파(54명)도 마찬가지.

파벌에서 총리 후보를 찾는 것보다 자신의 파벌 총수 유지가 우선인 아소에겐 자민당 부총재 유임과 핵심 각료 네 자리를 선물했다.

대신 '포스트 기시다' 1순위인 모테기 간사장을 견제하기 위해 모테기파 내 라이벌인 오부치 유코를 당 4역인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앉히게 했다. 모테기파 분열에 성공한 셈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운데)와 자민당 제2 파벌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 다로 전 총리(오른쪽), 제3 파벌 '모테기파'의 수장인 모테기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왼쪽).


그뿐 아니다. 자신의 파벌 2인자인 하야시 외상을 깜짝 경질했다.

하야시는 기시다파의 원류인 고가 마코토 전 파벌 총수의 애제자.

고가 전 파벌 수장과 껄끄러운 관계인 기시다로선 하야시를 한번 눌러주고 갈 필요가 있었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30%대.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차기 총리 후보들의 날개는 차례차례 꺾었다.

"지지율이 낮으니 물러나라"고 말할 원로들도 사라졌다.

아베의 죽음이 결정적이다. 기시다의 타고난 운일 수 있다.

#2 윤석열 정부 한·일 관계는 크게 1단계(2022년 취임~2024년), 2단계(2025년~임기말)로 구분될 것이다.

1단계는 극적 반전의 시기였다. 한·일은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도 찰떡궁합이다.

하지만 2단계는 험난한 길이다.

미국은 내년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의 재선이 불투명하다. 트럼프의 기세가 대단하다.

한국도 내년 4월 총선 결과에 따라선 한일 관계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파트너'가 바뀔 경우 판이 뒤바뀔 수 있다.

특히 윤석열과 트럼프는 둘 다 직선적이라 충돌할 여지가 커 보인다.

일본의 차기 총리 1순위인 모테기도 한국에 대해선 유독 까칠하다.

우리로선 기시다가 롱런을 해주는 게 최선인데, 결국 중의원 해산 시기에 달려 있다.

너무 서두를 경우 역풍이 불 것이고, 너무 끌 경우 모테기가 기지개를 켤 수 있다.

기시다가 정적들은 정리했는지 모르지만, 국민 마음을 장악하진 못해서다.

지난 2021년 10월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거에서 안정적 과반의석을 확보한 자민당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소식통에 따르면 자민당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 지금 선거를 치르면 현행 261석에서 41석 줄어든 220석 획득(과반은 233석)에 그칠 것이라 한다.

연립여당 공명당 20여 표를 합해야만 가까스로 과반이 유지된다. 총리 퇴진 여론이 분출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건 기시다의 조기 총선 결심 여부에 두 개의 '한반도 변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는 통일교. 조만간 해산 명령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는 통일교가 독한 맘을 먹고 자민당 주요 인사와의 스캔들을 새롭게 폭로하고 나설 경우 선거는 힘들어진다.

또 하나는 북한. 최근 동남아 접촉설이 도는 북·일 협상 결과에 따라 선거 시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북한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요구해 아직까진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오후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친교의 시간을 함께하며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래저래 얽히고설킨 한·일 관계다. 앞으론 더 할 것이다.

복합골절 상태를 치료한 1단계에 안도하지 말고 북한·중국 대응, 군사동맹까지 함께 구상하는 높은 수준의 2단계로 서둘러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파트너가 바뀌어도 끄떡없이 롱런한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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