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예수가 본 간음한 여인과 노인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신약성경의 ‘간음한 여인’ 이야기(요한복음 8장 6~11절)를 할 때면 우리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는 구절을 종종 인용한다.
성경의 그 장면을 보면 바리사이파 사람과 율법 학자들이 “이 여인을 돌로 쳐 죽여야 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예수는 즉답을 못 하고 몸을 굽혀 바닥에 뭐라고 쓴 다음 일어서서 “여러분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지시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대목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다음 대목이다. 예수는 다시 몸을 굽혀 바닥에 뭐라고 썼다. 성경의 이 부분에서 내가 특히 관심을 두는 중요한 장면은 예수가 두 번씩이나 몸을 구부리며 바닥에 쓴 내용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혹시 “나는 잘못한 것이 없는지”라고 쓴 것은 아닐까. 성자에게도 죄가 있었다면 우리같은 속인이야 오죽했을까.
또 하나 이 성경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예수의 말을 듣고 노인들이 먼저 떠났다”는 끝 구절이다.
문예 부흥기의 이탈리아 화가 로렌초 로토(1480~1557)의 성화(聖畵) ‘간음한 여인’을 보면 그 자리에는 모두 열여섯 명이 서 있는데 여성은 간음한 그 여인 하나뿐이다. 여기서 “왜 늙은이들이 먼저 떠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인생은 산 만큼 죄를 짓고, 그래서 마음에 찔리는 죄책감이 커서 먼저 떠났을 것이다.
그러니 나이 먹은 것을 자랑할 것도 아니고 행세할 일도 아니다. 인생에서 연륜과 그가 지은 죄의 양은 정비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스 베버는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1917)의 말미에서 “악마는 늙은이들이었다”라고 서술했다.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을까. 불현듯 찾아온 장수(長壽) 시대에 곱게 늙기가 참 어렵다.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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