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지루함과 지겨움의 유익함
지루함과 지겨움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지루함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할 것이 없는 상태에 적용된다. 활력이 넘치는 아이들은 심심하다는 표현을 더 쓴다. 지겨움은 해야 할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경우에 적용된다. 누구나 학생 시절 공부가 지겹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기분은 다른 다양한 상황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신남이나 즐거움과는 반대로 피하고 싶은 정신 상태란 면에서 공통적이다. 다른 동물들에서도 지루해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 관측된다고 하니 가히 보편적이겠다.
두뇌가 발달한 인간한테 지루함과 지겨움의 영향력은 더 클 것이다. 진화의 측면에서 볼 때 거의 200만년 인류 발달 기간의 대부분을 차지한 수렵채취 생활에서 지루함은 일상을 벗어나 다른 시도를 하도록 유도하여 식량 확보와 더 나은 주거지를 찾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반면 지겨움은 경솔한 시도와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함에 따르는 에너지 낭비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제동신호의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수렵채취 시절보다 식량이나 다른 맹수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는 현대생활에서 지루함과 지겨움은 여러 상황에서 느낄 수 있다. 구체적 용례를 떠나 근본적으로 일상 유지와 새로운 시도 사이에서 중용을 찾고자 하는 우리에게 내재한 능력이다.
이런 기분에서 벗어나려면 인지적 자극이 필요한데, 이를 충족시켜주는 유희에 관련된 산업은 많이 발달해 있다. 하지만 지겨운 공부도 하다가 새로운 세계를 보기 시작하면 재미있게 되고 느리고 언뜻 듣기 지루한 음악도 참고 듣다 보면 묘한 정화감을 준다. 어떤 영화는 도중에 졸았어도 명화로 기억에 남는다. 존 것 자체가 그 영화에 대한 경험의 일부가 된다. 지루하거나 하는 일이 지겨울 때 이를 피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잘만 활용하면 마음속에 존재하는 이 느낌들의 원래 목적대로 삶을 풍요하게 만들 수 있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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