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우의 미래의학] 의료현장에도 밀려든 SNS 파장
젊은 세대의 문해력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 문장을 읽으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 단어의 의미조차 몰라 왜 “사흘이 4일이 아닌 3일이냐”고 항의하더라는 웃지 못할 뉴스까지 나올 정도다. SNS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짧은 문장과 영상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양상을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이후 수천년간 텍스트로 지식을 습득하던 방식이 불과 10여년 사이 영상을 통한 정보 습득으로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환됐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여 지속하면서 온라인 학습과 화상회의가 널리 자리 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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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의학에서도 집중력 필수
SNS는 수시로 몰입 떨어뜨려
이슈에 이슈가 묻히는 악순환
‘필수의료 붕괴’ 잊지는 않았나
」
SNS의 발달은 타인과의 소통에 크나큰 편리함을 주고 있다. 예전에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업무를 진행했는지 신기하게 생각될 정도로 참 많은 것이 변했다.
SNS를 통한 소통 확대와 정반대로 개인의 교육이나 연구 몰입도는 반비례하는 역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SNS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 버린 시대라고는 하나 쓴소리마저 안 할 순 없는 상황에 왔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기업마다 기성세대와 너무나 다른 MZ세대 직원을 이해하고자 꽤 노력하고 있다는데, 의료계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의대 공부는 소중한 인명을 구한다는 소명 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엄청난 학습량과 엄격한 유급 절차를 극복하고 현장 실습과 국가고시 통과 이후에도 전공의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엄격한 선후배 관계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아 보여도 순간의 방심이 한 환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숙연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고유의 문화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의대 강의 중에도 수시로 카톡이 울리고, 최적의 환자 치료를 위해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지 집중적으로 토의하는 콘퍼런스 현장에서도 수시로 울리는 전화와 문자 입력으로 집중하지 못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SNS의 일상생활 침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나 역시 SNS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개인 SNS를 통해 나의 동정을 알리지 않고 있음에도, 병원 내부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들어오는 보고를 확인하고 즉시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핸드폰을 손에서 떨어뜨릴 수 없는 실정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나마 빈 시간에 논문 작성을 위해 최신 자료를 찾고자 열어본 PC 화면에 떠 있는 수많은 e메일과 메신저 창을 처리하다 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능률도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집중력 분산은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주요 이슈에 대해 사회 전체가 주목하고 해결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정보과잉의 시대가 되면서 하루 이틀만 지나면 또 다른 이슈에 관심을 빼앗기는 정보의 휘발성마저 더 강해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미래의학을 논하면서 첨단과학과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의료인들이 환자 치료에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 모든 것은 다 헛된 노력이 될 수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 모처럼 감상한 블랙코미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사진)은 수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두 천문학자가 6개월 뒤면 지구와 충돌할 혜성을 발견해 이를 알리지만 방송에선 시청률을 따지면서 유명 여가수의 연애사보다 뒤로 배치하고, 대중은 “우리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며 울부짖는 여성학자의 얼굴을 SNS 밈으로 사용하며 즐기고, 정치가들은 선거 이해득실을 따져 결국 미국 대통령마저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는 ‘돈 룩 업’ 캠페인을 벌이는 등 해결 타이밍을 놓쳐 결국 혜성 충돌로 지구가 멸망한다는 얘기였다.
지금 우리 사회 역시 필수 의료분야의 붕괴가 시작되었음에도 잠시 관심을 가질 뿐 정보과잉 속에 다른 이슈와 함께 묻혀 그 심각성을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미래 의학은 결코 첨단과학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인명을 지키는 의료인의 집중력, 이를 가능케 할 의료정책의 보완, 전 국민의 관심이 절실할 때다.
요즘 우리나라 건널목에 자주 보이는 바닥 신호등은 길을 가면서도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들이 신호등을 쳐다보지 않아 고심 끝에 만든 세계 최초의 발명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엇이 더 우선이어야 할까. 모두가 잠시나마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나에게,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하며 어떤 것이 더 중요한 것인지 잠시라도 사색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멋진 가을 하늘이 펼쳐져 있지 않은가. ‘저스트 룩 업!(Just Look Up!)’
박승우 성균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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