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見賢思齊(견현사제)
2023. 10. 12. 00:39
‘가지런할 제’라고 훈독하는 ‘齊’는 들쭉날쭉한 차이가 없음을 뜻하는 글자이다. ‘제창(齊唱)’은 높낮이 음의 화음 없이 모두가 같은 음으로 노래하는 것이고, ‘합창(合唱)’은 높고 낮은음이 하모니를 이루며 함께 노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국가는 대개 마음을 모아 같은 음높이로 부르므로 ‘애국가 제창’이라고 한다.
공자는 “어진 사람을 만나면 그와 가지런해질 것을 생각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을 보면 안으로 자신을 살핌으로써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겠다는 반성을 하라”고 했다. 『논어』 이인편 제17장 말씀이다. 물론 어진 사람보다 더 어진 사람이 되면 금상첨화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잘하는 사람을 쫓아 배우기보다 시기질투부터 하는 인간의 심리를 그린 말이다. 어쩌면 시기질투는 당연한 심사인지 모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군자는 시기심을 이내 접고 기꺼이 좇아 배우려 하는데 소인은 배우려는 노력은 안 하고 끝까지 시기하며 해코지를 하려 든다. 현자와는 애국가마저도 ‘제창’하지 않고 삐딱하게 부르려 한다. 지식인사회일수록 이런 시기질투가 많다고 한다. B급 교수가 A급 교수에 대해 ‘見賢思齊’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세평이 있다. 공자님 말씀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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