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96) 수련(睡蓮)

2023. 10. 12.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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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수련(睡蓮)
노중석(1946~ )

살에 밴
선지 빛마저
다 행군 물결 위에

두레박
줄 끊어져
꽃으로 떨고 있고

조그만
하늘 하나가
따로 내려앉는다.
-하늘다람쥐(태학사)

궁남지의 수련

대백제전이 열린 부여에서 보았다. 왕궁의 남쪽에 있는 못이라는 궁남지에 아직도 남아 있는 수련을……. 그 아름다움을 지상의 무엇과 비길 수 있을까. 시인이 그린 ‘따로 내려앉은 조그만 하늘 하나’ 그대로였다.

『삼국사기』 백제 본기에 “무왕 35년(634) 3월에 궁성 남쪽에 연못을 파고 20여리나 되는 긴 수로로 물을 끌어들였으며 가운데는 섬을 만들었다”고 기록돼 있어 이곳이 그곳임을 알겠으나 막상 왕궁은 계속되는 발굴에도 흔적을 찾을 길 없으니 왕국의 패망과 함께 얼마나 철저히 파괴되었는지 알겠다. 『일본서기』에는 백제 궁남지의 조경 기술이 건너와 일본 조경의 시초가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 아래 몇 송이 남은 수련이 그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으니 역사의 영욕이 새삼 아프게 와 닿는다. 이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교훈이 된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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