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진 구청장 선거…민주당 크게 이겼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12일 0시10분 현재 75% 개표가 진행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사진) 민주당 후보가 58.9%를 득표해 37.2%에 그친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앞섰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2.6%포인트 차로 승리하며 12년 만에 민주당으로부터 강서구청장을 되찾아왔던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에선 두 자릿수 득표율 차이로 패했다. 이런 득표 차는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참패했던 21대 총선 때 강서구 세 지역구의 민주당과 격차(13.8~23.4%포인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인물, 이슈, 전술 등 모든 면에서 여권이 완패한 선거”라고 말했다.
진 후보는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1분 1초를 아껴 강서 구정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페이스북에 밝혔다.
패배한 김 후보는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 더욱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강서구민과 국민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 그것도 총선 승부를 좌우할 요충지로 꼽히는 서울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선거 결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한층 커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승패를 가른 주요 변수로 여당의 김 후보 재공천을 꼽는 이가 많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의 특징은 민주당이 특별히 잘한 점을 보이지 않았는데도 야당이 압승을 거뒀다는 것”이라며 “보궐선거의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재출마했다는 점은 유권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 5월 김 후보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며 열리게 됐다.
특히 김 후보가 광복절 특사를 통해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야당이 주장한 ‘정권 심판론’이 한층 공고해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가 김 후보의 재출마 길을 터줬다는 것이다.
전문가 “민주당 잘한 게 없는데도 승리…보선 책임있는 김태우 재출마 여권 패착”
이를 두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주와 퇴행을 경고해 달라”(이재명 대표)며 선거전 내내 ‘정권 심판론’을 집요하게 강조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강서 개발론’을 내세우며 정권 심판론을 불식시키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은 여당에 뼈아픈 악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찬성했던 야당 지지자조차 적극 투표에 참여할 만큼 민주당 지지층이 강하게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 구속을 전제로 ‘야당 심판론’을 제기했던 국민의힘은 선거전 중반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선거 전략을 수정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이 대표의 구속과 이로 인한 파급 효과 등 불확실한 외생변수에 의존한 것이 여권의 가장 큰 패착”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와 여당의 잘못된 선거 전략이 자기 발목을 잡은 것이란 지적도 있다. 김 후보가 보궐선거 비용 40억원에 대해 “애교로 봐달라”고 하거나, “재개발 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앞으로도 강서구에 집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당 지도부와 조율 안 된 돌발 메시지를 잇달아 발신해 예상보다 더 큰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인데도 불구하고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상주하듯 지원 유세에 나섰고, 전국 당협위원장, 시·도의원까지 총출동하는 등 여당 스스로 판을 키운 바람에 패배 후폭풍이 커졌다는 지적도 있다.
김기정·김준영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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