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승... 윤석열이 키운 선거, 여권을 수렁에 빠뜨리다

이경태 2023. 10. 12.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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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56.52%...김태우 17.15%p차로 크게 앞질러

[이경태 기자]

▲ 당선 확실시되자 기뻐하는 진교훈 후보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오후 강서구 마곡동 캠프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홍익표 원내대표와 함께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12일 0시 42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개표결과, 진교훈 후보는 득표율 56.52%(13만7065표)로 득표율 39.37%(9만5492표)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크게 이겼다. 17.15%p 차(4만1573표)다.

개표가 시작되면서 사실상 승패는 일찍 갈렸다. 진 후보는 개표 시작 이래 김 후보를 25~30%p 격차로 꾸준히 따돌리면서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같은 시각, 정의당 권수정 후보의 득표율은 1.83%(4451표), 진보당 권혜인 후보의 득표율은 1.38%(3364표), 녹색당 김유리 후보의 득표율은 0.21%(512표), 자유통일당 고영일 후보의 득표율은 0.66%(1623표)였다. 무효 투표수는 1156표다.

윤심은 참패했다... 여당 지도부는 개편될까

기초자치단체장 1명을 선출하는 '미니 보선'이었지만 정치적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22대 총선을 6개월 남짓 앞두고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총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데다, 김태우 후보가 이른바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이에 맞춰 강서구에 당력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권영세·나경원·안철수 등 중진급 인사들을 참여시킨 '매머드급 캠프'를 꾸렸고,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추석 연휴 기간에도 강서구를 여러 번 찾아가 김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당 소속 의원들과 다른 지역 당원협의회들이 번갈아가면서 강서구를 찾아 선거운동을 도왔다. 단식투쟁 여파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이재명 대표도 지난 9일 퇴원 직후 강서구 선거 유세장부터 찾았다.

후보 간 대결이라기보단 양당이 온 힘을 다해 맞붙은 선거가 돼 버린 만큼, 17.15%p차의 참패는 여당에 치명적이다.

지역구 국회의원 모두가 민주당 소속이란 점에서 강서구가 대체로 국민의힘에 불리한 지역이란 한계는 있지만, 김태우 후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2.61%p(6713표) 격차로 김승현 민주당 후보를 제친 바 있다. 무엇보다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패했다는 점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으로 이어오던 기세가 확연히 꺾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패배 인정하는 김태우 후보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무엇보다 이는 여권 내 정치지형의 변화를 부를 가능성이 있다. 사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김태우 후보의 직 상실로 발생한 선거인만큼 무공천 여부도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사면·복권 조치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직전 단체장이 해당 선거의 후보로 재등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 지도부도 이를 쫓아 당내 경선을 통해 김 후보를 공천하고 선거유세 과정에선 그를 '대통령과 핫라인을 가진 일꾼'으로 부각시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김태우 후보의 패배는 곧 윤심의 패배를 의미한다. 윤 대통령의 뜻에 다른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끌려간 김기현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도 부각될 수 있다.

여권 일각에서 이번 선거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패할 경우 22대 총선에 대비한 비상대책위 혹은 조기 선거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러한 '지도부 개편론'에 대해서는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서구는) 전국 22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일 뿐"인데다 민주당에 보다 우호적이었던 지역인만큼 원래 쉽지 않았던 선거라는 것이 명분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된 데 대한 전략 대응에는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수진영 텃밭'인 부산 지역구를 떠나 수도권 출마 의사를 밝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한 인터뷰에서 "큰 차이로 진다면 수도권 혁신위 정도의, 수도권 비전과 승리 전략을 가져올 수 있는 대책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여당 지도부는 12일 오전 관련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했다는데 의의를 두되, 민심 앞에 겸손한 태도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오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이며, 민생파탄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라며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욱 겸손하고 치열한 자세로 민생을 챙기고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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