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홈 고별전, MLB 단장도 기립 박수
지난 10일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맞대결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 키움이 올 시즌 홈구장에서 벌이는 마지막 경기였다. 관중석에는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피트 푸틸라(34) 단장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는 키움이 5-3으로 앞선 8회말 이정후(25)가 대타로 등장하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이정후는 지난 7월 왼쪽 발목을 다쳐 수술을 받은 뒤 약 3개월 만인 이날 복귀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관중석을 향해 세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삼성 투수 김태훈과 12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의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가 범타로 물러난 뒤에도 박수갈채를 보냈다. 푸틸라 단장의 기립박수는 곧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프로야구 타격 5관왕과 MVP를 차지하면서 최고의 스타가 된 이정후는 몇 년 전부터 미국 진출을 타진했다. 문제는 시기였는데 올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기로 결정했다.
현재 이정후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양키스 등이다. 이정후의 몸값은 다년 연봉 기준으로 최소한 5000만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의 선배인 김하성은 2년 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하면서 4+1년 동안 3900만 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키움 구단은 이정후를 메이저리그 구단에 보내면서 최소한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후는 “계약 문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어느 구단과 이야기 할지도 아직 모른다. 에이전트가 잘 진행하리라고 생각한다”며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김하성 형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마침 내일 김하성 형이 귀국한다고 하니 더 많이 물어보려고 한다. 형의 미국 진출 과정을 옆에서 보면서 나도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이정후는 “선배들이 현지 적응이 중요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틈나는 대로 영어 공부를 한다. 매일 공부를 하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 단어를 까먹는다.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키움 구단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후를 위해 특별한 송별회를 준비했다. 홈 최종전 직후 전광판을 통해 이정후의 2017년 데뷔부터 지난해 MVP 등극까지의 과정이 담긴 영상을 상영했다. 키움 구단이 준비한 특별한 이별 선물이었다. 팬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이정후와 마지막 추억을 나눴다. 일부 팬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정후는 “어젯밤부터 많이 설렜다. 긴장도 많이 했다. 홈구장에서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준비했다”면서 “7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앞으로 긴 야구 인생이 남았지만, 내가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이 7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정후는 어릴 적부터 미국에서 활약하는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보며 빅리거의 꿈을 키웠다. 이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자신도 후배들의 선망을 받는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이정후는 “후배들에게 ‘프로야구 1군 선수가 됐다고 만족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1군이 목표가 아니라 최고 선수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야구를 했으면 한다”며 “선배들의 뒤를 이어 나도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후배들이 계속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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