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현역, 더 진해진 노래…‘영원한 오빠’ 남진
“쇼케, 그게 뭐라고요? 쇼케이스! 60년 가수 생활하면서 그걸 처음 해봤어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처음의 설렘은 있다. 반세기 넘게 수많은 팬에게 ‘오빠’라 불렸지만,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던 지난달 새 앨범 ‘이별도 내 것’ 쇼케이스는 그에게 낯설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가수 남진(78)은 신인 가수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가수 생활 중 가장 열심히 한 시기를 꼽으라면, 데뷔 직후와 바로 ‘지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Q : 지난 6월 신곡 ‘밥사는 사람’을 내놓은 지 3개월 만에 또 신곡을 발표했다.
A : “나이를 먹으면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뉘는 것 같다. 아예 일을 놓아버리거나 완전 강하게 빠져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후자다. 그 어느 때보다 신곡을 만날 때 굉장히 흥분된다. 새로운 여인을 만나듯 가슴이 설레고 뛴다. 어렸을 때야 데이트가 좋았지만, 지금은 노래가 너무 좋다.”
Q :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건가.
A : “감정과 깊이가 다르다. 스무살 때 부른 ‘님과 함께’와 여든이 다 돼서 부르는 ‘님과 함께’가 같을 수 없지 않나. 이 나이의 ‘빈 잔’, 이 나이의 ‘둥지’를 찾고 싶다. 그 끝이 어디일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노래 안에 머리 끝까지 푹~ 파묻혀 보고 싶은데, 아직 못했다. 남은 시간 노력할 수밖에 없다.”
레스토랑에서 팝송을 부르다 1964년 가수의 길로 들어선 남진은 “내 음악의 뿌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을 비롯해 트위스트, 재즈 스윙과 같은 팝 음악”이라고 했다. 트로트 뿐 아니라 발라드·댄스 등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활동을 그가 지향했던 이유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은 그가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라틴 재즈 댄스곡이다. 히트곡 ‘둥지’(1999)로 콤비를 이룬 차태일 작곡가가 처음 멜로디를 들려줬던 당시에 대해 그는 “듣자마자 흥이 올랐다. 10대 때 한창 좋아했던 느낌의 음악이라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Q : 3년이나 걸렸던 이유는 뭔가.
A : “노래는 곡·가사·가수, 삼 박자가 다 맞아야 한다. 차태일 작곡가와 1년 정도 의기투합해 멜로디를 완성한 후, 내 얼굴에 맞는 가사를 찾느라 오래 걸렸다. 7명의 작사가를 거쳤고, 인연이 아닌가 보다 포기했을 때 마침 나와 딱 맞는 가사가 나왔다. 아직도 얼굴을 본 적 없는 무명 작사가의 작품이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의 가사는 곡 작업을 맡은 차태일 작곡가와 한시윤 작사가가 공동 작업했다.)
Q : 완벽주의인가.
A : “겸손의 의미가 아니라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이다. 대한민국이 나를 다 알지 않나. 그래서 불안증이 있고 이제는 자식 있지, 손자 있지,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다. 팬들은 ‘인간 김남진’이 아닌 ‘가수 남진’을 응원한다. 당연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다.”
Q : 팬에 대한 도리라니, 후배들이 배워야 할 마음가짐 같다.
A : “가수 생활을 하면서 하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오빠 부대’의 원조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가요계에 없었던 말을 만들었고, 그땐 조용필·나훈아도 없었을 때다. 하하. 그렇게 60년 가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게 팬들이다. 지금도 그렇다.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들 표정이 다 보인다. 여든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맨 앞줄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노래에 빠져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정말 힘을 쫙 받으며 보람을 느꼈다.”
남진은 14일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대구·제주·서울 등 12개 도시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오빠 아직 살아있다’를 연다. 이달 말엔 일본 오사카 공연도 예정돼 있다. 체력 관리가 필요하겠다는 말에 그는 “가만히 서서는 10곡을 부를 수 있어도 춤을 추면 다르다.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술·담배 안 하고, 최소 1시간씩 집에서 운동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가수로서의 도리, “좋은 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무대에서 나이든 티를 내지 않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내년이면 가수 경력으로 환갑을 맞는 남진은 “앞으로 4~5년은 더 하지 않겠냐”며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절대 대충 하다 끝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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