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현역, 더 진해진 노래…‘영원한 오빠’ 남진

어환희 2023. 10. 12. 00: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활동 60주년을 앞둔 가수 남진. 최근 앨범 ‘이별도 내 것’을 발매하고, 데뷔 후 처음으로 쇼케이스를 열었다. [사진 루첸엔터테인먼트]

“쇼케, 그게 뭐라고요? 쇼케이스! 60년 가수 생활하면서 그걸 처음 해봤어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처음의 설렘은 있다. 반세기 넘게 수많은 팬에게 ‘오빠’라 불렸지만,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던 지난달 새 앨범 ‘이별도 내 것’ 쇼케이스는 그에게 낯설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만난 가수 남진(78)은 신인 가수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는 “가수 생활 중 가장 열심히 한 시기를 꼽으라면, 데뷔 직후와 바로 ‘지금’”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지난달 18일 발매한 남진의 앨범 '이별도 내것'.

Q : 지난 6월 신곡 ‘밥사는 사람’을 내놓은 지 3개월 만에 또 신곡을 발표했다.
A : “나이를 먹으면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뉘는 것 같다. 아예 일을 놓아버리거나 완전 강하게 빠져들거나, 둘 중 하나인데 나는 후자다. 그 어느 때보다 신곡을 만날 때 굉장히 흥분된다. 새로운 여인을 만나듯 가슴이 설레고 뛴다. 어렸을 때야 데이트가 좋았지만, 지금은 노래가 너무 좋다.”

Q :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 건가.
A : “감정과 깊이가 다르다. 스무살 때 부른 ‘님과 함께’와 여든이 다 돼서 부르는 ‘님과 함께’가 같을 수 없지 않나. 이 나이의 ‘빈 잔’, 이 나이의 ‘둥지’를 찾고 싶다. 그 끝이 어디일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노래 안에 머리 끝까지 푹~ 파묻혀 보고 싶은데, 아직 못했다. 남은 시간 노력할 수밖에 없다.”
레스토랑에서 팝송을 부르다 1964년 가수의 길로 들어선 남진은 “내 음악의 뿌리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을 비롯해 트위스트, 재즈 스윙과 같은 팝 음악”이라고 했다. 트로트 뿐 아니라 발라드·댄스 등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활동을 그가 지향했던 이유다.

이번 앨범에 수록된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은 그가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라틴 재즈 댄스곡이다. 히트곡 ‘둥지’(1999)로 콤비를 이룬 차태일 작곡가가 처음 멜로디를 들려줬던 당시에 대해 그는 “듣자마자 흥이 올랐다. 10대 때 한창 좋아했던 느낌의 음악이라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정작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Q : 3년이나 걸렸던 이유는 뭔가.
A : “노래는 곡·가사·가수, 삼 박자가 다 맞아야 한다. 차태일 작곡가와 1년 정도 의기투합해 멜로디를 완성한 후, 내 얼굴에 맞는 가사를 찾느라 오래 걸렸다. 7명의 작사가를 거쳤고, 인연이 아닌가 보다 포기했을 때 마침 나와 딱 맞는 가사가 나왔다. 아직도 얼굴을 본 적 없는 무명 작사가의 작품이었다.”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의 가사는 곡 작업을 맡은 차태일 작곡가와 한시윤 작사가가 공동 작업했다.)

Q : 완벽주의인가.
A : “겸손의 의미가 아니라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 같다. 더군다나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이다. 대한민국이 나를 다 알지 않나. 그래서 불안증이 있고 이제는 자식 있지, 손자 있지,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다. 팬들은 ‘인간 김남진’이 아닌 ‘가수 남진’을 응원한다. 당연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도리다.”

Q : 팬에 대한 도리라니, 후배들이 배워야 할 마음가짐 같다.
A : “가수 생활을 하면서 하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오빠 부대’의 원조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가요계에 없었던 말을 만들었고, 그땐 조용필·나훈아도 없었을 때다. 하하. 그렇게 60년 가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게 팬들이다. 지금도 그렇다. 무대에 올라가면 관객들 표정이 다 보인다. 여든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맨 앞줄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노래에 빠져드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때 정말 힘을 쫙 받으며 보람을 느꼈다.”
남진은 14일 부산을 시작으로 광주·대구·제주·서울 등 12개 도시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오빠 아직 살아있다’를 연다. 이달 말엔 일본 오사카 공연도 예정돼 있다. 체력 관리가 필요하겠다는 말에 그는 “가만히 서서는 10곡을 부를 수 있어도 춤을 추면 다르다.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술·담배 안 하고, 최소 1시간씩 집에서 운동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가수로서의 도리, “좋은 곡을 꾸준히 발표하고, 무대에서 나이든 티를 내지 않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내년이면 가수 경력으로 환갑을 맞는 남진은 “앞으로 4~5년은 더 하지 않겠냐”며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절대 대충 하다 끝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