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번째 빅토리아 호수 누비는 병원선 타보니

박재찬 2023. 10. 11.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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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미션 프론티어 운영 선교 병원선 ‘살림호’, 연간 1만여명 치료
내년 7월 ‘살림 2호’ 운항 예정…“한국교회·청년·의료진 동역자 돼 달라”
월드미션 프론티어가 운영 중인 선교 병원선 살림호(오른쪽)가 11일(현지시간) 탄자니아 므완자 주의 한 항구에 정박해 있다. 왼쪽의 붉은 색 선박은 현재 제조 중인 선교 병원선 '살림 2호'.

케냐와 우간다, 탄자니아를 끼고 있는 빅토리아 호수의 넓이는 세계 두 번째다. 남한 면적의 3분의 2규모로 호수 안에만 1000개 넘는 섬이 있고 이 가운데 40% 정도가 유인도다. 탄자니아에만 85개 섬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곳을 누비며 인술을 펼치는 선교 병원선이 있다. 선교단체인 월드미션 프론티어(대표 김평육 선교사)가 운영하는 ‘살림(SALLIM)호’다. ‘생명을 살린다’는 뜻을 품고 있는 살림호는 영국 선교단체가 군함을 개조해 운영 중인 병원선과 함께 빅토리아 호수의 ‘떠다니는 병원’ 2개 중 하나다.

호수 위 작은 병원의 큰 사명

11일(현지시간) 오전 빅토리아 호수 남쪽 탄자니아 므완자주의 조그만 항구에 정박해 있는 살림호에 직접 탑승해봤다. 건물 3층 높이(전장 25m)의 병원선내 좁은 입구로 들어서자 데크 양옆으로 초음파 검사기기가 갖춰진 진료실과 수술실, 치과진료실, 소변·혈액검사를 하는 임상병리실, 약국 등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었다.

병원선 담당 의사인 현지인 출신의 데이비드(33)씨는 “통상 섬으로 진료를 나가면 일반적으로 뭍에서 텐트를 설치해 사나흘 진료를 한다”며 “병원선은 진료 장소이면서 진료 기간내 의료진 등의 숙소와 식당으로도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살림호 병원선 사역에는 이용기(51)·권영옥(45) 부부 선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베테랑 간호사 출신의 권 선교사를 비롯한 현지 의료진 5명과 선장·선원 등 12명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

선교 병원선 살림호의 수술실. 현지 의사인 데이비드(왼쪽)씨가 글로벌 에듀 아프리카 방문단원들에게 초음파 검사 기기를 설명하고 있다.

병원선 진료는 한달에 한 차례 사나흘 정도 이뤄진다. 이 기간 진료를 받는 이들은 600명에서 많게는 1000명으로 연간 1만명에 달한다. 이 선교사에 따르면 해안가에 주로 사는 주민들의 경우 기생충병인 ‘주혈흡충증’ 환자가 많다. 이 질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말라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사회경제적 파괴력이 강한 기생충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앓고 있다. 이 선교사는 “주민들의 거처 대부분에 화장실이 없는데다 식수 또한 부족해 오염된 물을 사용하면서 주민들의 수인성 질환 비율이 80% 정도 달한다”고 설명했다.

20년 걸린 병원선…‘살림 2호’도 띄운다

오는 26일 항구에서 10㎞ 정도 떨어진 섬으로 사흘간 순회 진료를 앞둔 하얀색의 살림호 옆에는 페인트칠이 아직 안된 똑같은 규모의 선박이 쌍둥이처럼 서 있었다. 내년 7월 운항 예정으로 제조 중인 ‘살림 2호’였다. 김평육 선교사는 “현재 한국에서 가져온 엔진을 장착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다양한 의료 장비와 시설 등을 갖추고 전용 수술실 등으로 활용도를 높이면서 더 많은 주민들과 환자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교 병원선 내부에 있는 약국. 약사인 에디나씨가 비치된 약품 종류를 설명하고 있다.

살림호가 빅토리아 호수에 띄워지기까지의 여정은 험난했다. 20여년 전 김 선교사는 작은 보트를 타고 빅토리아 호수의 한 섬을 방문했다가 아무런 의료혜택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섬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못본 채 할 수 없었다. 병원선을 떠올리게 만든 계기였는데, 병원선 구상과 모금, 건조, 운영에 이르기까지 꼬박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병원선은 2017년 첫 진료 이후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 재가동됐다.

탄자니아 정부로부터 정식 병원선으로 등록된 살림호는 아직도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 매월 한차례씩 나가는 현지 도서 진료 때마다 인건비와 약값, 경비 등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치과 진료실은 마련됐지만 아직 치과의사가 없다. 초음파 검사 기기는 구식이라며 현지 의사 데이비스씨는 다소 민망해했다.

한국교회·청년·의료진 동역자 돼 달라

탄자니아 무완자주의 이솔레 초등학교 학생들. 현지 학생들 중에는 오염수 등으로 인한 수인성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도 그간 한국 선교사들이 펼쳐온 사역에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특히 살림호가 본격 가동되기 전부터 월드미션 의료선교팀은 10년 가까이 빅토리아 호수 인근 도서지역 주민들의 진료 데이터를 차곡 차곡 쌓아놨다. 최근 탄자니아 보건 당국은 도서 지역 주민들의 질환 조사 및 대책 마련을 위해 이 데이터를 요청했고, 월드미션 측은 흔쾌히 제공했다.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일을 바다 건너 온 한국의 선교사들의 담당한 셈이다.

김 선교사는 “한국의 많은 의료 선교팀들이 한번씩만 현지에 와서 봉사해 준다면 병원선 선교 사명을 더욱 활발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아프리카 땅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펼치는 귀한 사역에 한국의 청년들과 의료진들이 도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므완자 선교현장을 방문 중인 교육·구호 NGO 글로벌 에듀(이사장 소강석 목사) 상임이사 이형규 장로는 “현재 진행 중인 살림호의 사역과 향후 이어갈 살림 2호의 활동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서 “이 사역의 동역자들을 찾는데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듀 아프리카 방문단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탄자니아 므완자주 셍게레마 지역의 이솔레 반석교회에서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에듀 아프리카 방문단은 무완자주 셍게레마 지역의 이솔레 초등학교를 방문해 현지 학교 증축을 지원키로 했다. 월드미션은 이 지역에 이솔레 반석교회를 건립한데 이어 신학교와 농군학교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므완자(탄자니아)=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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