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CEO 교체로 난리 난 신세계그룹, 무슨 일? [스페셜리포트]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10. 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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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역대 최대 규모 물갈이
그룹 계열사 대표 25명 중 9명 교체
실적 부진 이마트·백화점 동시 교체
전략실 출신 한채양·박주형 ‘중용’
송현석·임영록, 2개사 대표이사 겸직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재계 10위 신세계그룹이 대대적인 CEO 교체를 단행했다. 그룹의 양대축인 이마트와 신세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대표이사가 모두 임기를 채우고 못하고 떠났다.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정용진·정유경 경영 체제에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쿠팡에 다 뺏겼다

쇄신 나선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물갈이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신세계·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슈퍼마켓)·이마트24(편의점)·조선호텔·스타벅스 6곳 중 스타벅스를 제외하고 5곳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이번 인사로 그룹 계열사 대표 25명 중 36%에 해당하는 9명이 한꺼번에 바뀌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이마트와 신세계 대표가 동시에 물갈이됐다는 사실이다. 2019년 이마트에 영입됐던 컨설턴트 출신 강희석 대표는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 퇴장했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도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겨두고 교체됐다. 퇴임했다 2021년 대표로 돌아온 손 대표는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공로로 사장까지 승진했으나 전격 교체됐다. 이들은 모두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총괄사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던 인물이다.

겸직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한채양 대표는 이마트와 기존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의 대표를 겸직한다. 박주형 대표는 기존 신세계센트럴시티와 신세계 대표를 겸직한다.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는 신세계L&B 대표를,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대표를 각각 겸직한다.

올 들어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등 온라인은 물론 주력 부문인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인다. 오프라인 ‘유통 공룡’ 이마트는 올 상반기 39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조406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백화점 등이 속한 신세계도 다르지 않다. 올 상반기 매출(3조6346억원)과 영업이익(3019억원)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3%가량 떨어졌다. 경쟁사인 롯데백화점 등이 속한 롯데쇼핑은 수익성 개선으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0%가량 늘었다.

신세계그룹을 바라보는 유통업계와 시장 우려는 이커머스 전략을 향한다. 시장 환경 변화로 오프라인 점포 부진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상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문제는 이커머스 사업이다. 쿠팡의 플랫폼 파워에 맞서기 위해 2021년 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해 G마켓(전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했지만 인수 이후 바로 적자전환했다. G마켓은 지난해 65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커머스 사업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장치 산업과 속성이 유사하다. 온라인에 특화한 중앙집중적인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품질과 배송 신뢰도를 확보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후발 주자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정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유의미한 매출 성장이 뒤따라야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쿠팡이 공세를 펴온 아마존식 ‘GBF(Get Big Fast·빠르게 성장하며 규모 키우기)’ 전략은 시장 참여자들이 단일 플랫폼만을 사용하는 ‘싱글호밍’ 환경에서 효과적이라는 게 학계 진단이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우후죽순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들면서 플랫폼 환경은 사용자들이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는 ‘멀티호밍’으로 바뀌었다. 멀티호밍 환경에서는 연계 멤버십 제공 등을 통한 공격적인 보조금 지급 전략이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작용하지 않고 오히려 플랫폼 간 끊임없는 가격 경쟁만 부추긴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이 탓에 SSG닷컴과 G마켓의 올 2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183억원, 113억원으로 적자를 이어갔다. 다만, 적자폭은 전년 대비 줄었다.

결국 달라진 플랫폼 환경에서 신세계그룹은 고정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수익성과 성장 등 양립하기 힘든 두 가치를 동시에 좇는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선회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전략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서로 다른 전략을 결합할 경우 각 전략별로 강조할 요소와 우선순위를 낮출 요소를 결정해야 하는데, 하이브리드 전략은 복잡성이 높아 이런 의사 결정이 쉽지 않다. 종국에는 전략적 포커스가 모호해져 각 전략의 이점 또한 감소한다는 게 학계의 실증 분석 결과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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