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에 ETF·ETN 투자 몰린다는데…엇갈리는 국제유가 전망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가 무섭게 치솟으며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배럴당 70달러를 밑돌던 지난 7월 초와 비교하면 불과 석 달 사이 30% 이상 가격이 급등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며 자연스럽게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으로 투자자 자금이 몰린다. 수익률은 베팅 방향에 따라 극과 극이다. 연일 치솟은 유가에 정방향으로 투자한 투자자는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낸 반면, 역방향에 투자한 투자자 손실은 확대됐다. 여전히 국제유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투자자의 방향 설정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방향 설정 외에도 상품 특성상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요소가 많다. 원유 ETF와 ETN은 현물 가격이 아닌 선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데다, 만기 연장(롤오버) 시 발생하는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원유 ETF·ETN 장기 투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인버스·곱버스는 두 자릿수 손실
지난 9월 한 달간 원유 관련 금융 상품 투자자는 베팅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원유 선물 가격에 따라 움직이는 ETF·ETN 수익률이 치솟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기간 ‘KODEX WTI원유선물(H) ETF’와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 수익률은 각각 13%, 10%를 기록했다.
발행기관인 증권사가 주식·채권·원자재 등 기초지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파생결합증권인 ETN의 수익률은 조금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TRUE 블룸버그 WTI원유 선물 ETN’과 ‘대신 S&P WTI원유 선물 ETN’이 16%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삼성 블룸버그 WTI원유 선물 ETN’ ‘신한 WTI원유 선물 ETN(H)’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ETN(H)’ 등도 10~1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초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N의 수익률은 더 높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면 유가 상승 시 2배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 선호되는 상품이다. ‘삼성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하나 S&P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TRUE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QV 블룸버그 2X WTI원유선물 ETN’ 등의 수익률은 30%를 웃돌았다.
반면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품 투자자는 계속되는 유가 상승에 손실을 입었다. 9월 한 달간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 ETF’와 ‘TIGER 원유선물인버스(H) ETF’가 모두 11% 하락했으며, ‘미래에셋 인버스 원유선물혼합 ETN(H)’ ‘대신 S&P 인버스 WTI원유 선물 ETN’ ‘신한 인버스 WTI원유 선물 ETN(H)’ ‘신한 인버스 브렌트원유 선물 ETN(H)’도 9~11%의 하락률을 보였다.
특히 원유 가격 하락률의 2배 수익을 내는 ‘곱버스(인버스 2배)’ ETN 투자자 손실은 더욱 확대된다. ‘삼성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미래에셋 인버스 2X 원유선물혼합 ETN(H)’ ‘하나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KB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TRUE 블룸버그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 ‘QV 블룸버그 -2X WTI원유선물 ETN’ 등이 모두 20% 이상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이며 원유 선물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베팅한 인버스 상품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됐다”며 “전문가 사이에서도 국제유가 전망이 갈리는 만큼 투자자가 한 방향을 선택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레버리지나 인버스 투자자는 위험을 감수하고 고수익을 추구하지만 그렇지 않은 장기 투자자라면 일반 선물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물 투자라는 점 명심해야
국제유가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만큼 국제유가 예측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국제유가 전망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뉠 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당분간 유가 상승이 지속돼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공급 측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감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미국 원유 재고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국제 원유 시장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셰일가스 기업 콘티넨탈리소스의 더그 로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새로운 셰일 유전을 개발하지 않으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국제유가가 내년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당장 올해 4분기부터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0월 3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에드워드 모스 원자재 리서치 부문 글로벌본부장은 4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을 올해 4분기 평균 82달러, 내년 평균 74달러로 약세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속속 내놓는다. 유가가 추가로 상승할 경우 국제 원유 시장 큰손인 중국의 수입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유가 상승은 중국의 원유 수요가 회복된 영향도 있다”며 “중국은 이미 8월 누적 수입량이 큰 폭 증가해 재고가 충분히 확보된 상태기 때문에 유가가 더 오른다면 연말까지 중국의 원유 수입 수요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런 이유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자들이 국제유가 향방에만 집중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가들은 원유 ETF와 ETN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원유 ETF는 현물 가격이 아닌 선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위정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원유 선물 거래는 만기 도래 시 그 차액만큼을 주고받는 일반적 선물 거래와 달리 매수자에게 원유 현물이 반드시 인도돼야 하는 특징이 있다”며 “통상적으로 해당 월 만기 도래 직전 매수 포지션 청산에 따른 선물 가격 하락이 나타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투자자들은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롤오버 비용이란 선물 만기가 도래하기 전 계속해서 선물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월물을 차근월물로 교체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높은 ‘콘탱고’ 상태일 경우 롤오버 비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12월물 가격이 11월물 가격보다 비싸다면 11월물 계약을 청산한 돈으로 12월물 계약을 살 수 없기 때문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원유 ETF는 유가 움직임을 반영하지만 유가 반등 대비 수익률은 저조할 수 있다. 매입 당시 유가를 회복하더라도 선물 거래라는 점에서 투자자 수익률은 원금에 미치지 못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매달 발생하는 롤오버 비용을 감안하면 원유 선물 ETF 상품의 장기 투자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위정원 애널리스트의 조언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9호 (2023.10.11~2023.10.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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