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안 된 정신질환자 2만명 사회방출 위기… 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신동근 의원이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정신병원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신병원 10개 중 7개는 적자 상태다. 설문에 응답한 34개 병원 중 25개 병원(73.5%)이 폐업을 고민해야 할 만큼 적자상태에 놓여 있고, ‘흑자’인 병원은 6개 병원(17.6%) 뿐이다.
이는 코로나 기간에 유독 정신병원의 지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든 탓이다. 정신병원은 정부의 '정신병원 시설기준' 개정에 따라 기존 10인실 입원실을 6인실로 축소하고, 축소·변경을 위해 병원마다 평균 9억원을 지불했다. 전기료, 원자재 등 물가인상,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역시 증가했다. 정신병원은 일반 병동과 달리 폐쇄병동, 격리보호실 운영을 위해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야 해 운영비용이 많이 든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원 환자는 감소해 수입은 줄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정신병원은 외부에서 돈을 빌려 직원 월급을 주는 상황이 됐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 번이라도 외부 자금을 이용해 직원 월급을 준 병원은 16개였다. 이 중 4개 병원(11.8%)은 8개월 전부 외부에서 자금 차입이 있었다. 10개 중 1개 병원이 인건비 지급을 위해 매월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했다.
정신병원들은 이 상태라면 폐업이 불가피하고, 치료되지 않은 환자를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향후 얼마 동안 병원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보는지를 묻자 정신병원 10개 중 4개 병원(14개 병원)이 ‘3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5년 이내’는 5개 병원(14.7%)이 응답했다. 현 경영상태가 지속된다면 3년 이내에 10개 정신병원 중 4개 정신병원이, 5년 이내에 절반 이상(55.9%)의 정신병원이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
전체 정신병원으로 환산하면, 283개 정신병원 중 117개 병원(41.2%)이 3년 이내에 문을 닫고, 158개(55.9%) 정신병원이 5년 이내에 문을 닫을 수 있다. 병상 수로 단순 계산을 하면, 2023년 8월말 기준 5만5180병상 중 3년 이내에 2만2734병상이 축소되어 3만2446병상만 남고, 5년 이내에 3만845병상이 축소되어 2만4335병상만 남게 된다.
병상 수의 축소는 입원환자 수의 축소를 의미한다. 3년 이내에 2만2734명의 정신입원환자가 가정과 사회로 나오고, 5년 이내에 3만834명의 정신입원환자가 가정과 사회로 나온다는 얘기다.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재활, 회복 등 인프라가 미흡한 상태에서 정신입원환자가 대거 가정과 사회로 나온다면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대구 소재 ‘제2미주병원’이 폐업하면서 많은 정신질환자가 전원에 어려움을 겪었고, 연말 폐업을 예고한 인천참사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도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참사랑병원은 마약중독치료기관으로 알려졌지만, 마약중독자(2023년 9월말 현재 32명 입원)보다 일반 정신질환자(202명 입원)가 7배 더 많이 입원한 정신의료기관이다.
정신질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라 정신병원 폐업은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정신질환 진료현황’에 따르면, 정신질환자(F00~F99)는 2018년 302만명에서 2022년 385만명으로 약 83만 명이나 증가했다. 그런데 이들은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않고 있다.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았으나 최근 진료 이력이 없는 환자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에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 362만 명 중 최근 1년 이내 진료이력이 없는 환자가 35.5%(128만 명)를 차지한다. 조현병의 경우 10명 중 1명꼴로 최근 1년간 진료 이력이 없었다.
남인순 의원은 "이대로라면 5년 이내에 3만명의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로 나오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남 의원은 "정신병원의 특성을 고려한 ‘폐쇄병동집중관리료’와 ‘격리보호료’ 예산 편성 등 당장 정신병원 폐업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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