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트렌디했다"는 이대앞, 요즘은 '임대' 현수막만 가득 왜
“오늘따라 한산하네요. 보통 이 시간이면 손님 3~4팀은 들어와야 하는데….”
10일 오후 7시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술집엔 사장인 조성호씨와 아르바이트생 4명뿐이었다. 3년째 이 가게를 운영 중인 조씨는 “요즘 신촌은 올드한 느낌이 생겨서 외부인 유입이 적고, 근처 대학생도 가까운 홍대나 연남동으로 많이 빠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코로나19가 풀리자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많이 늘었는데, 매출은 차이가 없다”며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를 만들어줘야 젊은이들이 신촌에 돌아올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또 다른 신촌 술집 사장은 “맥주 가격이 올라 조만간 생맥주 500㏄ 가격을 43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려야 하는데 손님이 더 빠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요즘 대학가 상권이 울상이다. 상인들은 공공요금과 인건비, 식자재 가격이 급등했는데 매출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못하다고 하소연한다. 대학생들이 그나마 지갑을 여는 곳은 학교 근처 대신 서울 홍대·성수 등 ‘핫플’로 바뀌고 있다.
폐업도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신촌·이대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로 서울 평균(5.8%)보다 높았다. 인근의 홍대·합정(7.8%)보다 높은 수치였다.
서울 신촌 이화여대 앞에는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이대 정문에서 신촌 기차역까지 이어진 거리는 한 집 건너 한 집이 비어 있었다. 뒷골목의 옷가게들은 대부분 폐업해 오후 6시에도 어두컴컴한 분위기였다. 이대 앞에서 25년 전부터 의류·잡화를 팔아 온 한상진(가명·58)씨는 “25년 전엔 이대가 제일 트렌디한 거리였고, 2010년대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쓸어 갔지만 지금은 아예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역 4번 출구 쪽 대명거리도 곳곳에 비어 있는 가게가 많았다.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약 250m 거리에 직원 없는 무인 사진관이 10여 개나 생겼다. 이곳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장모(62)씨는 “요즘 장사가 워낙 안돼 하루에 손님이 한 팀도 안 오는 날도 있다”며 “코로나19 전보다 매출이 3분의 1 정도로 줄었는데, 요즘 학생들은 어디 가서 노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성균관대 정문 앞에선 한 마리에 9000원인 ‘가성비 치킨’이 잘 팔린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의 절반 가격이다. 이날 성균관대 앞에서 만난 1학년 학생들은 “학교 앞은 공강 시간에 ‘밥 빨리 먹고 들어가자’ 할 때 들르는 곳”이라며 “사진 찍기 좋은 카페와 공방 같은 놀 거리가 많은 홍대로 주로 놀러 나간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 앞은 매력적인 거리가 아니다”며 “학생들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대학가 상권도 체험하고 즐길 거리를 늘리고, 감성 있고 쾌적한 거리로 재단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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